반 토막 난 아파트 중도금 대출…1월 2조5천억원 규모
美금리 인상·아파트값 하락 우려에 은행들 리스크관리 강화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달 은행권에서 모두 2조5천억원 규모의 중도금 대출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가계부채·부동산 대책 발표로 반 토막 난 대출 규모가 올해 들어서도 유지되는 모습이다.
대출 규모를 줄이고 리스크관리에 돌입한 은행들이 지역·분양률 등 사업성에 따라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면서 서울 강남과 지방 아파트 사이 중도금 금리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 은행들은 24개 주택 분양 사업장에 2조5천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해줬다.
아파트 분양 열기로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았던 지난해 1∼9월 은행권의 월평균 중도금 대출 규모는 4조4천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10∼12월 월평균 2조5천억원으로 45% 감소한 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이 집계한 1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708조174억원으로 한 달 새 58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월 증가 규모로는 2014년 1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혔던 아파트 집단대출이 꺾인 것은 작년 10월부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자 10%의 리스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은행들은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지를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 이후 분양 공고가 나오는 주택부터는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돼 대출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아야 하는 등 대출 여건은 계속해서 깐깐해졌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도 높아졌다.
1월 취급된 은행권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3.90%였다.
2015년 9월 연 2.64%까지 하락했던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 3.53%, 12월 3.93% 등으로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고, 올해 분양물량 입주 시기가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자 은행들이 위험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결과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 상승은 일반적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승과 연동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중도금 대출 금리만 특별히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심사 때 초기분양률, 분양지역 등 사업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단지별로 중도금 대출 금리 격차가 커졌다.
강남권 아파트의 1월 중도금 대출금리는 연 2.98%였지만 조선업 침체로 지역 경기가 악화된 경남 거제에선 특이 사례로 연 5.0%까지 대출금리가 올라갔다.
유일하게 5%대 금리를 적용받은 거제 아파트는 분양률이 50%에 그쳐 중도금 대출을 받을 은행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높은 금리로 대출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은행들이 사업성 심사를 강화한 결과다.
지난달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평균금리는 3.51∼3.61%, 경기지역은 3%대 후반 수준이었다.
4%대 금리를 적용받은 곳은 울산, 경북 김천, 강원 원주 등이었다.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서울 아파트들도 중도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등이 작년 10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 일자가 한 달이 남지 않았지만 아직 일반분양자 대출 은행을 찾지 못했다.
5천 가구에 육박하는 대형 단지에 일반분양 물량이 2천 가구가 넘다 보니 대출액 규모가 커 은행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앞세워 중도금 대출 금리를 높여 '금리 장사'를 하려는 행태를 보일 수 있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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