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지역' 자랑했던 충북도 "원인 모르겠다" 당혹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이번 겨울 들어 충북이 가축 전염병 발생의 '진앙'이라는 오명을 썼다.
작년 11월 16일 음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처음 터진 데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옥천에서 브루셀라가 올해 전국서 처음 발생했다.
지난 5일에는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역시 올겨울 들어 국내에서 처음 터진 것이다.
충북도의 구제역 방역이 소홀한 것도 아니다. 백신 접종이나 취약관리를 집중 관리한 노력을 중앙정부에서 인정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가축전염병이 잇따라 터지면서 충북은 가축 전염병의 '진앙',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구제역은 충북 보은을 중심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지난 5일 젖소 195마리를 사육하는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후 지난 9일 이곳에서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사육두수 151마리)에서 추가로 터졌다.
이틀만인 11일에는 첫 발생농장에서 460m 떨어진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장(" 68마리)에서 발생한 데 이어 12일 마탄부면 상장리의 한우농가(" 171마리)에서도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각종 전염병이 우후죽순처럼 터지면서 살처분된 가축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AI가 터져 살처분된 가금류는 경기·전북·충남에 이어 4번째로 많은 392만마리에 달한다. 브루셀라로 인해 살처분된 소는 265마리나 되고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는 불과 1주일새 760마리로 불어났다.
충북이 가축 전염병에 취약한 데 대해 방역 담당자들은 "백신 접종이나 축사 주변 소독에 소홀했던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충북 음성·진천에는 가금류 도축장이 많아 닭·오리 사육 농가가 몰려 있다. 농협 음성도축장과 한국냉장 청주도축장도 있어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도 잦은 편이다.
그런 만큼 차단 방역이 허술했다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이 충북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로 충북이 가축 전염병 발생의 진앙이 됐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소홀히 했을 경우 구제역 발병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지난 11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가의 항체율은 87.5%에 달했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했더라도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인데, 충북도는 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허둥지둥하고 있다.
보은군 탄부면과 마로면은 소 사육 규모가 크고 농장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방역에 실패한다면 그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도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 발생한 AI나 구제역 바이러스 모두 국내에서는 처음 확인된 유형"이라며 "차단 방역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닌데 왜 유독 충북에서 처음 발생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