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지하철 유리 박살나고, 넘어지고 '공포의 순간'

입력 2017-02-12 20:25   수정 2017-02-13 06:59

달리는 지하철 유리 박살나고, 넘어지고 '공포의 순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쾅' 소리가 난 뒤 전동차가 크게 흔들렸다.

승객 한 명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열차 8개 칸 중 맨 앞 기관사실과 바로 뒤 2개 칸의 오른편 이중유리창 10여 개가 박살이 나거나 금이 갔다.

유리 파편이 확 쏟아지며 56세 여성 승객의 머리 위를 뒤덮었다.

중학생 한 명은 눈에서 따끔한 느낌이 이후부터 계속 지속했다.

12일 오후 3시 23분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신평 방향 당리역으로 들어가던 지하철이 갑작스런 충격에 급하게 멈춰 섰다.

당시 3번째 열차 칸에 타고 있던 권모(52)씨는 멈춰선 열차 오른편 창문 바로 앞까지 튀어나온 터널 환풍구를 목격하고 기겁했다.





이날 충돌 사고는 가로·세로 2.4m 크기의 터널 환풍기가 선로 쪽으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지하 선로 벽면 위에 설치돼 있어야 할 환풍기가 달리던 전동차를 덮쳤다. 어처구니없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승객들은 일순 공포에 휩싸였다.

권씨는 "기차가 흔들리며 멈춰 서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면서 "터널 어디가 무너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두근거려 혼났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곧 기관사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사고가 났으니 열차 맨 앞칸으로 모여달라는 요청이었다.

권씨가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승객 20여명과 함께 신속하게 맨 앞칸으로 이동했다. 기관사는 승객들이 열차선로에 내리기 쉽게 비상 사다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승객들은 그곳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권씨는 "앞에 두 칸을 지나는데 유리가 박살나 바닥에 조각이 밟히고, 큰일이 있었구나! 생각이 됐다"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열차에 불이 켜져 있고, 119가 신속히 도착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깜깜한 터널 내에서 자갈이 깔린 선로를 따라 즉각 대피하기 시작했다.

당시 터널 내 대피유도 등이 켜져 있었다고 119소방대원들은 기억했지만, 권씨는 터널 내부에 빛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76세 여성 1명은 레일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손과 무릎이 까져 있었다.






대피 행렬은 비교적 침착했다.

320m가량을 10여 분간 걸어가자 플랫폼이 나왔다.

한 남성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플랫폼에 올라가 다른 승객들에 손을 내밀며 신속한 대피를 돕는 등 시민 의식을 발휘했다.

다친 승객들은 플랫폼에 도착한 뒤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행히 찰과상 외 큰 상처를 입은 승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사히 대피한 승객들은 당리역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하거나, 대체 교통수단을 찾기 위해 역사를 빠져나갔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하마터면 큰일 날뻔한 아찔한 사고"였다면서 "환풍기가 쓰러진 원인 등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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