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주로 스퍼트 능력 키우기 위해 500m까지 훈련
강릉경기장의 가파른 곡선주로도 한몫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강원도청)이 매스 스타트 세계 최고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김보름은 1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 스타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평창올림픽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올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선 김보름은 올림픽 다음으로 권위 있는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섭렵하며 세계최강 스케이터 자리를 지켰다.
김보름이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데는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거리 훈련'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특수한 곡선 주로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쇼트트랙에서 갈고 닦았던 곡선주로 주파 능력, 추월·몸 싸움 기술, 강인한 체력은 김보름의 강점이다.
그러나 쇼트트랙 장거리 전문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다른 선수들보다 초반 스타트와 직선 주로 주파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약점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스피드스케이팅 최단거리 종목인 500m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는 지난달 태릉 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전국남녀스피드 대회 500m 종목에 깜짝 출전했다.
김보름은 "직선 주로에서의 순간 스피드를 키우기 위해 주 종목이 아닌 500m 훈련에 매진했다"라고 말했다.
김보름은 직선 주로 훈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9일 열린 3,000m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4분 3초 85)을 작성하며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12일 매스 스타트에서도 직선 주로에서 다른 선수들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주변 선수들이 넘어지는 혼전 속에서도 스퍼트를 올렸다.
2위를 달리던 김보름은 결승점을 앞두고 일본 다카기 나나를 제치며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장점인 코너워크는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특수한 환경을 만나 극대화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가장 안쪽 레인인 웜업 존의 폭이 5m로서 다른 경기장보다 1m가 넓다.
폭이 1m 늘어나면서 웜업 존의 곡선주로는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형태가 됐다.
가파른 곡선 주로는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곡선주로에서 체력을 비축해 경기 후반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보름은 경기 후 "난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라 가파른 곡선 주로에 잘 적응돼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뒤 열리는 평창올림픽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남은 1년 동안 직선 주로 스케이팅 기술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곡선 주로의 특징을 십분 살린다면 기대 이상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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