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리얼극장 행복' 내일 방송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1995년 11월 20일, 인기 절정이던 힙합 듀오 '듀스'의 김성재(당시 23)가 변사체로 발견돼 가요계가 발칵 뒤집혔다. 성공적인 솔로 컴백 무대를 자축한 직후였다.
부검 결과 몸에 주삿바늘 자국 28개가 확인됐고, 사인은 '졸레틸'이란 동물마취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억측과 자극적인 보도는 확산했다.
늘 살가웠던 아들에 대한 자살, 마약 투약 의혹은 어머니 육영애(72)씨를 무너뜨렸고 어머니의 시간은 그날로 멈췄다. 그래서 고통의 깊이도 그때 그대로다. 아들의 죽음은 결국 의문사로 결론이 나 제대로 된 납득조차 할 기회를 잃었다.
슬픔을 곱씹을 새도 없이 또 다른 아들 성욱(44) 앞에서 육영애씨는 강한 엄마가 돼야만 했다. 그러나 먼저 떠나보낸 성재만큼이나 성욱의 인생도 꼬여만 갔다.
형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가수 활동은 실패로 끝났고,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한 배우 활동은 전신 화상 사고로 접어야 했다.
계속된 실패에 둘째 아들은 어머니에게 "형 대신 내가 죽었어야 했어", "또 형 생각하지?"라는 모진 말을 내뱉으며 거칠어졌다. 6년 가까이 되는 그 시간이 육영애씨에겐 지옥이었다.
다행히 결혼하고 딸을 낳으며 안정을 찾은 성욱씨.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 어머니는 손녀를 돌보기 위해 아들 집에 왔지만, 아들이 예전처럼 폭발할까 봐 두렵다.
그러나 성욱씨는 성욱씨대로 자신을 제대로 혼내지 않는 어머니에게 섭섭했다. 아직 죽은 형 생각에 자신과는 거리를 두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욱씨에게 고(故) 김성재는 아버지이자 친구이며 든든한 형이었다. 우애가 각별했지만 성욱씨가 사고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탓에 형의 죽음 이후 상황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를 계속 따라다녔다.
그의 방황을 잡아준 것은 아내와 딸이었지만 아내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이나 떠나보낸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도우려 집에 와준 어머니와도 어쩐지 자꾸 부딪히기만 한다.
김성재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말 못 할 고통이었다.
그 아픈 시간을 어머니는 그저 참기만 했고, 동생은 오래 방황했다. 서로의 아픔을 잘 알기에 속내를 감추다 보니 벽이 생기고 말았다.
EBS 1TV '리얼극장 행복'은 아들이 무섭다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답답하다는 아들이 이제는 슬픔을 털어내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길 바라며 단둘만의 여행을 주선했다고 13일 소개했다.
일주일간의 필리핀 여정은 남겨진 모자가 꾹꾹 누르고 참아온 22년간의 아픔을 씻을 수 있게 도와줄까.
14일 밤 10시 45분 방송.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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