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줄줄이 터진 충북, 정부평가서 '방역 우수기관' 선정

입력 2017-02-13 11:57   수정 2017-02-13 17:42

구제역 줄줄이 터진 충북, 정부평가서 '방역 우수기관' 선정

안전처·농림부, 우수기관 뽑아…줄줄이 구제역 확진돼 '민망'

'0.3% 표본검사'의 허점 노출…"자만해 차단방역 소홀" 지적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일주일새 4건이 발생, 구제역 진앙으로 떠오른 충북이 정부 평가에서 잇따라 '구제역 방역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평가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는 작년 상반기 국민안전처가 시행한 구제역 대응 실태 감찰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 광역·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구제역 방역관리 평가'에서도 우수기관으로 뽑혔다.

구제역 방어력의 척도가 되는 백신 항체 형성률, 감염 항체 검출 여부, 취약농가 점검실적 등 6개 항목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충북의 작년 12월 소·돼지 항체 형성률은 사육량이 많은 9개 시·도 중 각 2위인 97.8%, 74.4에 달했다. 작년 1∼3월 3개 시·도, 6개 시·군을 휩쓸던 돼지 구제역 바이러스도 충북에서는 잠잠했다.

충북도가 우수기관으로 잇따라 선정된 데는 이런 점이 고려된 것이다.

그러나 보은에서 전국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일주일새 무려 4건이 연속적으로 발생, 구제역 진앙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면서 '구제역 방역 우수기관'이라는 평가가 민망하게 됐다.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후 지금까지 모두 4개 소 사육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돼지가 아닌 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방역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양돈농가는 도축 과정에서 항체율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낮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축산 방역 당국의 눈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 구제역 검사는 극히 적은 마릿수를 대상으로 한 표본 채혈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랐다고 하지만 전체 사육두수와 관계없이 농가 1곳당 소 1마리만 표본 검사해 항체 형성률을 따지는 허술한 관리가 이뤄져 왔다.

이런 방식이다 보니 도내 사육 마릿수의 0.3% 정도만 검사하고 평균 소 항체율이 97.8%에 달한다고 자랑한 것이다.

7∼14일의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할 때 보은 지역의 소 사육농가에는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졌는데도 정작 충북도는 '숫자 놀음'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항체율이 높은 농장이라고 해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항체율이 각 87.5%, 81%이었던 보은군의 두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의심증상을 보인 소 6마리 마리가 지난 12일, 3마리가 지난 12일 각각 살처분됐다.

항체율이 80%라면 100마리 중 20마리에서는 구제역을 방어할 수 있는 항체가 극히 낮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구제역은 항체율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축사 안팎 소독이나 외부인 통제, 출입 차량에 대한 소독 등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차단 방역에 실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충북도가 별다른 고민 없이 백신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며 차단 방역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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