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바꾸고 해외업체 인수하는 방식…엔터·제약·게임산업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국 기업들이 비전 없는 전통산업을 버리고 속속 엔터테인먼트·제약·IT 등 새로운 업종으로 발을 뻗고 있다.
중국에서 100여 개의 기업이 그룹 이름에 테크놀로지, 인터넷, 제약 등의 단어를 붙이며 전통산업에서 신사업 기업으로 변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값비싼 돈을 주고 기존 사업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인터넷 또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사들인 다음에 사명을 완전히 바꾸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쑹랴오(松遼) 자동차다.
이 회사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에 주력하는 업체로, 1990년대 중반부터 분유, 의료기구, 식료품 포장 등의 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쑹라오 자동차는 지난해 4월 회사 이름을 문화투자홀딩스(文投·CIH)로 바꾸고 11월에는 영국 시각효과 업체인 프레임스토어의 지분 75%를 1억8천700만 달러에 사들이며 영화 컨설팅·투자 등으로 사업분야를 바꿨다.
화학업체 저장진커(浙江金科)도 최근 어린이용 애플리케이션(앱) '토킹 톰' 개발사인 영국 아웃핏을 10억 달러에 사들였다.
화학업체라는 이미지를 씻기 위해 회사명은 진커 엔터테인먼트 컬처로 바꾼 상태다.
또 양계업체인 썬바오(森寶) 식품도 최근 '러유(樂遊)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들었다.
후난(湖南)성 식당 체인을 운영하던 베이징 셴거칭(北京湘鄂情)은 갑자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고, 폭죽을 만들던 판다 폭죽은 개인 간(P2P)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우선 규제 당국이 최근 몇 달 사이에 해외에서 기업을 사들이며 외자가 유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
또 은행에서도 구식 기업이 현대적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생존 가능성이 있는가를 두고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청쿵 경영대학원의 리웨이 교수는 "뭐가 됐든 인기가 있으면 기업들이 해당 분야 자산을 인수하고 이름을 바꾼다"며 결정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