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는 13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승복하기로 합의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 참석자는 "헌재 결정에 정당이 승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헌재 결정 후 또다시 촛불이니, 태극기니 하면서 정당이 선동하고 국론분열과 갈등을 야기하지 말자는 의미가 담긴 합의"라고 전했다. 그동안 헌재 결정 이후의 시국을 놓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보수·진보 진영 간 극한 대립을 예고하는 조짐이 완연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탄핵안을 놓고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었던 만큼 헌재 결정이 자칫 하다가는 퇴로 없는 충돌을 야기하는 뇌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합의는 헌재 결정 이후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헌재의 심리 종결이 가시화되면서 각 정치 진영은 물론 사회 내부의 긴장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헌재 압박과 민심 자극을 겨냥한 각종 괴담과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정치 선동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헌재 재판관의 실명과 얼굴 사진이 내걸리고, 탄핵 기각설, 연기설 등이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로 나눠 세(勢) 경쟁을 벌이며 시위대가 헌재 주변에 포진하기도 했다. 헌재의 최종 결정 시점은 아직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으나 시일이 지날수록 근거 없는 의혹과 억측이 난무하면서 국론분열의 골이 깊어질 것은 뻔하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듯이 최종 판단은 헌재의 몫이다.
정치권도 한몫 하긴 마찬가지다. 바른정당은 책임정치를 내걸며 탄핵 기각 시 소속 의원 총사퇴를 결의했다. 그러면서 역으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새누리당 의원들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탄핵 결정이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할 정도의 사안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떤 경우든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고, 헌재도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극단적 카드다. 야권의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아예 헌재 불복종을 예고해 놓고 있다. "헌재가 국민 뜻을 저버리고 기각하면 민주공화국 가치를 지키기 위해 횃불을 들고라도 헌재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한 것은 헌재 압박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헌재가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을 하리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헌재 결정에 대해 "저는 승복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앞서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여야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기로 합의한 만큼 각 당 대선후보들도 이에 따르는 것이 옳다. 사안의 성격상 대선 유불리만 따질 일이 아니다. 대선후보 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 않은 만큼 개별적 선언 형식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미 상당수 후보가 승복 선언을 한 만큼 나머지 후보들도 서둘러 동참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언의 내용도 뒤에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기보다 명확한 입장을 담는 것이 대선후보다운 솔직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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