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北도발로 부각된 '중국 역할론'에 '미·중 연대론' 맞불

입력 2017-02-13 18:13  

中, 北도발로 부각된 '중국 역할론'에 '미·중 연대론' 맞불

선딩리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미중 협력해야 할 새로운 이유"





(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심재훈 정주호 특파원 =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중국 역할론'이 부각되자 중국이 미국과 연대를 통한 해결을 제기하고나서 주목된다.

이는 미국이 북한 문제 해결의 책임을 자국으로 떠넘기는 걸 피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상황 악화 때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3자 제재)으로 이어지는 걸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중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공공기관을 겨냥해 제재하려는 걸 미국과의 공동책임론으로 피하려는 것이다.

미중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희망하는 중국으로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떠안지 않으면서도 미국과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완곡한 화법의 공동책임론을 띄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이런 태도는 기존 입장보다는 '진전된' 대북 정책을 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어, 앞으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더 죌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12일에는 정부 차원의 논평을 전혀 내놓지 않다가 하루가 지난 13일 입을 열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추가 대북제재를 할 것인지를 질문받고 "근본적으로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 한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 다음 발언이다. 겅 대변인은 이어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선 우리도 책임감을 느끼며 미국 등 다른 국가와 협력해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문제 해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이런 반응은 고심 끝에 나온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중국이 일정 정도 책임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런 제스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점을 고려한 언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일 정상 회동 중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긴급기자회견에 동참했으나, 짧게 북한을 규탄하는 "일본을 100% 지지한다"고만 밝혔을 뿐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은 건 중국 역할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일정 수준 '호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중국 역할론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선에서 미중연대론을 선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이외에 일본이 중국 역학론을 강조하고 나선 점도 중국으로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데 있어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일본 정부는 중국에 대해 다양한 레벨에서 책임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건설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중국에 역할을) 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전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스가 관방장관의 이런 언급은 미일 공동의 '의견'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이 역할론을 완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미중연대론을 냄으로써, 중국의 추가 대북제재가 일정정도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계속돼온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말라며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나름의 방법으로 압력을 가해온 중국은 북한을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중국에 '순응'하지 않았던 북한이 추가 제재에 전면적으로 저항한다면 중국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미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에서 북한이 차후 추가로 도발한다면 선택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일본이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요청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긴급회의가 열리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입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선딩리(沈丁立) 상하이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중 양국이 협력해야 할 새로운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미국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해야 할 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를 취하면 트럼프로 하여금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왕둥(王棟) 베이징(北京)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도 "미중 양국은 북한 문제에서 상호 비난과 질책은 악순환에 빠지게 할 뿐"이라며 "미중 양국에겐 현재 더 큰 상호신뢰, 존중, 이해와 소통이 필요하다. 그래야 과거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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