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프리미어 12에서 호투…WBC 대표팀 에이스
(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장원준(32·두산 베어스)이 '빅게임 피처(큰 경기에 강한 투수)'로 훌쩍 자랐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장원준은 '한 경기를 책임질 선발 투수'로 분류된다.
장원준은 그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13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WBC 대표팀 훈련 첫날 불펜피칭을 마친 뒤 "중요한 역할을 맡겨 주시면 보답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WBC는 투구 수 제한이 있다. 특히 (투구 수가 65개로 제한된) 1라운드에서는 선발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야 불펜이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긴 이닝을 소화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정했다.
장원준은 4년 전,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WBC에 나섰다. 그사이 많은 게 변했다.
장원준도 "책임감을 더 크게 느껴야 하는 위치인 것 같다"고 했다.
2013년 WBC에서 장원준은 예선 마지막 경기인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6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이미 예선 탈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장원준은 복잡한 심경으로 마운드에 섰다. 실제로 한국은 대만을 3-2로 눌렀지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장원준은 "그땐 나도 실망스러운 투구를 했다"고 떠올렸다.
2017년, 장원준의 입지는 달라졌다.
두산 베어스로 옮긴 2015년부터 장원준은 '빅게임 피처'가 됐다.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2.36(26⅔이닝 7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그는 11월 프리미어 12에서도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2.31로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6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장원준은 NC 다이노스 타선을 8⅔이닝을 10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장원준은 "2015년 전에는 나도 단기전에 약한 투수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롯데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6경기에 등판했고 1승 1패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했다.
장원준은 "큰 경기를 자주 경험하고 이기는 경기를 하다 보니 자신감도 쌓였다"고 달라진 자신을 설명했다.
2017년 WBC에서도 장원준은 선봉에 선다.
준비도 착실하게 했다. 13일 송진우 대표팀 코치가 "오늘 불펜피칭할 사람"이라고 묻자 장원준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장원준이 5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가까이서 구위를 점검한 선동열 코치는 "장원준이 정말 준비를 잘했다. 무엇보다 던지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일주일 정도 공을 빨리 잡았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왼손 에이스' 장원준을 보며 WBC 대표팀은 희망을 얻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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