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서방에서 가짜 뉴스 살포 등을 통한 러시아의 여론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 가운데 영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에서도 러시아의 사이버 여론전을 겨냥해 거액을 할당했다.
영국 외무부가 120억파운드(약 17조3천억원)의 공적개발원조 자금 가운데 7억파운드(약 1조원)를 할당해 새로운 '권한부여 펀드'를 조성한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펀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소프트' 무기에 쓰이게 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해 국가 같은 동맹국들에 러시아와 이슬람국가(IS)에 대처하는 데 지원하는 것으로 무기가 아니라 극단주의, 특히 사이버 공격에 대처하는 데 쓰인다.
최근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한 강연에서 러시아가 거짓된 정보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으로 '포스트-트루스'(post-truth) 시대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트루스'는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 이성으로 접근하기보다 주관적 감정에 호소해 여론 형성을 이끄는 것을 뜻한다.
팰런 장관은 "러시아가 자국의 영향력 범위를 넓히고 서구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하고 동맹들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이 미 정보당국에 의해 확인된 데 이어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둔 프랑스와 독일도 러시아가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고자 해킹이나 가짜 뉴스를 살포하는 데 경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장관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과 여론전을 겨냥해 "스트롱맨 숭배자 집단이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우리의 자원을 배가하고 국제질서에 기반한 규정들을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국제개발원조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진 상황도 러시아 사이버 공격과 여론전을 겨냥한 '권한부여 펀드'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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