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로 사드배치 명분 약화에도 中 사드반대 강행 의지

입력 2017-02-13 21:43  

北 도발로 사드배치 명분 약화에도 中 사드반대 강행 의지

사드·북한 분리 대응 태세…"中 양자택일 강요 딜레마 처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에 대한 명분이 약화했는데도 중국은 여전히 반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사드배치 문제를 자국에 대한 핵심이익 침해로 보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도 여전히 사드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은 채 별개의 사안으로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사드배치의 정당성이 강화됐지만, 앞으로도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데 대체적인 무게가 실린다.

이미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문제와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별도로 봐야 한다"며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전한 사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다소 궁색해진 사드반대 논리를 애써 무시하고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견지하려는 태도였다.

하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까지 타격권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한미일 3국의 사드배치 계획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중국 관영매체와 학자들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조속한 사드배치 명분을 준 반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손실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한미 당국이 북한에 대한 미사일 방어를 사드배치의 구실로 삼고 있다"면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사드배치를 도와준 셈이며 중한, 중미 관계가 '사드'로 엄중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사전 탐지가 어려운 고체연료를 쓰는 까닭에 대응을 위해서는 요격체제를 더욱 잘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중국측 반박 논리가 빈약해진다.

실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 군 당국은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한사코 사드 문제와 북한 문제를 분리 대응하려는 태도는 중국이 처한 상황상 딜레마와 논리적 모순을 반영한다.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한국에 강조해 온 '주변국의 안보이익 존중' 입장과도 배치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한국 같은 '주변국'이 직접 안보를 위협받는 것은 외면한 채 자국의 전략 안보이익만 중시하며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며 상대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 한류 규제, 식품, 화장품 등 비관세 장벽 강화, 관광객 축소, 롯데 세무조사 등 사드 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면 겅 대변인은 "북한 미사일 실험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나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중국의 책임도 내세우면서도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는 미국과 북한의 문제, 한국과 북한의 문제(美朝矛盾, 韓朝矛盾)"이라면서 발을 뺐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이 같은 혼란스러운 태도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나의 중국' 존중 및 정상회담 개최 통화로 경색된 관계를 막 풀어가려고 하는 시점에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데 따른 당혹감에서 비롯됐다.

왕둥(王棟) 베이징(北京)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은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며 "북한은 미·중 관계가 안정화되기 이전에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미국과 중국간 모순을 만들어 판을 흔들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등의 격한 반응을 내놓고, 여기에 더해 유엔 안보리가 또다시 추가 대북제재에 나선다면 북한은 또다시 도발에 나서면서 상황은 계속 꼬여갈 것이라는 게 중국의 판단이다.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에도 사드가 배치되고 이는 중국에 핵심 안보이익 손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으로선 두 가지 핵심이익인 북한과 사드를 놓고 결단을 강요받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트럼프 체제의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 중국은 동북아 최대 안보현안 문제에 대해 과거 방식으로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부르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후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비난 발언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도 중국의 대북 추가 제재 실행이나 실질적 태도 변화를 지켜본 다음에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중국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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