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보수-진보 진영, 힘겨루기 지속 양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진보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작업에 대한 보수파의 반발이 가열되며 최근 교황에 대한 비방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의 일부 추기경들이 교황을 옹호하고 나섰다.
교황청 소속 9인 추기경자문단은 13일 바티칸에서 열린 자문단 회의에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의 사건들과 관련해 교황의 직무, 교황이 임명한 성직자들과 교황의 가르침에 대해 전면적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근의 사건들은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교황을 비방하는 벽보가 나붙고, 지난 주 교황을 조롱하는 가짜 뉴스가 교황청 공식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를 사칭해 등장한 것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이들 추기경들은 교황에 대한 보수파들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아래 이례적으로 교황의 개혁 작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 교황에 대한 지지가 굳건함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 선출권과 피선출권을 지닌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최고 직위로 현재 전 세계에는 228명의 추기경이 존재한다.
이번에 성명을 낸 9인 추기경자문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교황청의 재정 및 구조 개혁을 위한 자문 역할을 맡기기 위해 임명한 추기경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국적은 이탈리아, 칠레, 오스트리아, 인도, 독일, 콩고, 미국, 온두라스 등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최근 비방은 가톨릭 내부의 보혁 갈등의 대리전으로 인식된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의 갈등을 계기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교황청과 몰타 기사단은 작년 12월 몰타 기사단이 인공피임을 금지하는 가톨릭 교리를 깨고 미얀마에서 콘돔을 배포한 책임을 물어 알브레히트 폰 뵈젤라거 몰타 기사단 부단장을 해임한 사건을 둘러싸고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튜 페스팅 단장이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물러나게 하는 과정에서 "이는 교황의 뜻"이라고 거짓 구실을 내세운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명령했으나, 가톨릭 교단의 대표적 보수파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을 등에 업은 페스팅 단장은 교황청의 조사는 주권 국가인 몰타 기사단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교황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
미국 출신의 버크 추기경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대법관에서 몰타 기사단과 교황 사이의 연락책으로 사실상 강등된 인물로, 성과 결혼, 가정 등에 대한 가톨릭 윤리와 관련해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교황과 공공연히 각을 세워 왔다.
페스팅 단장이 교황에 항명했다는 가톨릭 교단의 곱지 않은 시선과 몰타 기사단 내부 우려 등에 떠밀려 사퇴하는 것으로 양측의 충돌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이후 교황에 대한 익명의 비방이 계속되는 등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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