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10만달러 기부한 오하이오 주 출신 후원자 아들 결혼식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한 직후 거액 후원자 아들의 결혼식 피로연장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CNN 방송과 뉴욕 매거진, 데일리 인텔리전서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밤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의 마라라고 클럽에서 아베 총리와 함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규탄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해당 클럽의 그랜드 볼룸에서 열리고 있던 한 결혼식 피로연장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피로연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이벤트는 미국 대형 투자회사 '아메리칸 파이낸셜 그룹'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칼 헨리 린드너 3세(63)의 아들인 칼 헨리 린드너 4세(33)와 버네사 제인 포크(36)의 결혼식 피로연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수많은 하객 앞에서 직접 축하 인사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인사말을 통해 "오늘 (마라라고 리조트) 잔디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그들을 봤고, 그래서 내가 아베 총리에게 '신조, 같이 가서 인사합시다'라고 제안했다"며 피로연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하객들에게 "그들은 오랫동안 이 클럽의 회원이었고, 내게도 거액을 후원했다"며 린드너 가문에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린드너 3세는 오하이오 주(州) 출신으로,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하는 2개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10만 달러(약 1억1천500만 원)를 기부했다.
뉴욕 매거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규탄 기자회견 후 어디를 찾았을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안보팀과 모여 대책을 논의했을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전화통을 붙잡고 시간을 보냈을까?'라고 물은 뒤 "트럼프 대통령은 때마침 마라라고에서 열리고 있던 결혼식 피로연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고 하객들에게 인사말을 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결혼식 피로연장을 찾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은 미·일 정상의 만찬 도중 입전됐고, 이 때문에 양국 안보 관계자들이 자국 정상 주위에 몰려 사태를 긴급 보고하는 바람에 만찬장이 일시에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찬 직후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국 정부의 분위기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먼저 아베 총리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물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완전히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이어 마이크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의 중요한 동맹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또 완전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아주 짧은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은 이 같은 입장 발표 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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