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통 큰 약속 亞테크 기업들 '거래의 기술' 숙지했나"

입력 2017-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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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통 큰 약속 亞테크 기업들 '거래의 기술' 숙지했나"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폭스콘, 삼성 등 '대미 투자 약속' 봇물 터져

NYT "정치권에 예민한 동아시아 기업인의 속성도 반영된 듯"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최근 두 달여 동안 아시아 테크 기업들의 거액 대미 투자 약속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12월 6일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 소기업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향후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대만 기업인 폭스콘의 테리 고우 CEO는 펜실베이니아 주에 평면 패널 생산시설 설비투자에 70억 달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달 향후 5년 동안 100억 달러를 미국 시장에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거의 지출 수준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마치 신규 투자인 것처럼 포장됐다. 한국의 삼성도 미국에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하다"는 트위터 인사를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대개 상징적이거나 소규모의 일자리 약속을 하는 데 그쳤다. 포드는 7억 달러를 들여 미시간 주에 새 공장을 짓고 일자리 700개를 창출하겠다고 했고, 피아트크라이슬러는 기존 공장 현대화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일자리 2천 개를 만들기로 했다. 유럽 기업들은 아예 조용하다.

단지 인텔만이 70억 달러 규모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011년에 결정됐다가 유보된 사안이다.

아시아 테크 기업들의 이런 통 큰 약속은 트럼프의 심리와 기질을 잘 분석한 결과이자, 정치권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동아시아 기업들의 익숙한 대처 방식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의 책 '거래의 기술'의 한 페이지에 나오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트럼프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큰 것을 약속하라고 조언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최고 협상가들은 이미 그의 원칙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1987년 발간된 이 책에서 트럼프는 "나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이용한다. 사람들은 가장 크고,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장엄한 것을 믿고 싶어한다. 나는 이것을 진실 과장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순진한 과장이며 매우 효과적인 홍보 형식"이라고 적었다.




신문은 이어 "과거 미국 지도자들은 개별 기업의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 왔지만, 트럼프는 기업 지도자들에게 조건까지 제시한다"며 "이는 아시아 테크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국가에서 자주 보았던 매우 친숙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탠퍼드 번스타인 증권의 애널리스트 알베르토 모엘은 "아시아 테크 지도자들은 본능적으로 트럼프의 출신 성분과 정체성을 파악했다"면서 "그들은 전제 정권 또는 정치적으로 연관된 거래가 많은 아시아에서 살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들이 이 약속을 얼마나 지킬지는 분명치 않다"며 특히 폭스콘이 약속한 플랫 패널 생산공장은 아시아의 부품 체인과 너무 떨어져 있는 데다가 미국에는 이런 공장을 짓는 전문가들이 부족하고 미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 공장 건립이 늦어질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에서 약속이라기보다는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문은 대규모 투자 약속을 한, 알리바바의 마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폭스콘의 테리 고우 세 사람 모두 불공정 무역 관행 및 미국인의 일자리를 훔쳤다고 트럼프가 대놓고 비난했던 나라 출신이라며 "이들은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미국 플랫폼에서 가짜 모조품 판매 논란으로 집중포화를 맞고 있고,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의 사업확장에 목을 매고 있으며, 폭스콘은 트럼프가 미국에서 제조할 것을 촉구해온 애플의 아이폰을 조립하는 업체라는 것이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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