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이 재단 이사장 제안하고 물러나라 요구"…재단 설립·운영 '진실 공방'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강애란 기자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정 농단'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고, 조사가 끝나자 "고맙다, 고생했다"고 인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적극적인 요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사에 앞서 유리한 취지의 진술을 해달라고 당부한 정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 출석하는 당일 아침에 안 전 수석이 직접 증인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드린다' 이런 말을 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첫 검찰 조사를 받는 날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은 뒤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고, 조사가 끝나자 다시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이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저까지 그런(안 전 수석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김필승 이사와 상의한 결과 그런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이사장은 조사가 끝난 다음날 김필승 이사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진술했다'는 이야기를 했으며 같은 날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고맙다, 고생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다'고 한 것 기억나나"라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정 전 이사장은 "김 이사에게 원하는 대로 얘기했다고 한 것이 (안 전 수석에게) 전달됐는지는 모르지만, 상세한 얘기는 안 했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김 이사와 통화한 시점이 정 전 이사장과 통화한 시점 이후라고 지적했다. 또 "안 전 수석이 증인(정 전 이사장)의 조사 내용을 알고 고맙다고 한 것이 맞나"라며 '고맙다'는 말이 허위진술에 따른 감사 표시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정 전 이사장은 "(조사 내용을) 김 이사가 설명해서 알 것이라고 추측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를 제안하고 물러나라고 종용하는 등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언에 따르면 정 전 이사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남북스포츠 교류와 한국스포츠 홍보를 맡을 재단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이후 직접 만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정 회장이 덕망이 있다고 윗분한테 보고했다'고 했고, 그 윗분이 대통령 아니냐"라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재단 인사에 관여했다고 의심된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증인에게 '너무 알려져 있으니 이사장에서 물러나 고문 자리를 맡으라'고 요구해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정 전 이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이 같은 증언이 사실로 인정될지, 최씨와의 연결고리가 입증될지는 미지수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과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jae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