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방문 때 히잡 쓴 스웨덴 '페미니스트 정부' 난타당해

입력 2017-02-14 11:52  

이란방문 때 히잡 쓴 스웨덴 '페미니스트 정부' 난타당해

女관료 11명 모두 '이란 율법대로'…"차별 정당화했다" 비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페미니스트 정부를 표방하는 스웨덴의 외교사절단이 이란방문 당시 여성에 대한 억압을 상징하는 히잡(머리를 가리는 베일)을 썼다는 이유로 난타를 당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테판 뢰프벤 총리가 이끄는 스웨덴 대표단은 지난 11~12일 이란을 방문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만났다.

무역 이슈 등을 논의했던 양국 간 회담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지만, 사절단은 스웨덴으로 돌아오자마자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안 린데 통상장관 등 여성 관료들이 이란방문 당시 스웨덴 대사관에서 열린 행사를 제외하고는 계속 히잡을 쓰고 있었고, 이는 여성의 참여를 우선시했던 페미니스트 정부의 방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당시 외교사절단 16명 중 11명이 여성이었다고 스웨덴 일간 엑스프레센은 전했다.

이에 린데 장관은 "히잡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이란에서는 여성이 반드시 이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기는 쉽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힐렐 노이어 비정부 인권단체 유엔워치 대표는 12일 이는 스웨덴 정부의 그간 행보와 모순된다는 비난 트윗을 올렸다.

히잡 벗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란의 여성인권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페이스북에 "대표단은 이란 정부의 지침에 실제로 순응하면서 서구 여성들이 히잡을 강제하는 법을 정당화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며 "이런 차별적인 법이 이란이 아닌 외국 여성에게도 강요된다면 이는 이란 내부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얀 비외르크룬드 스웨덴 야당 자유당 대표도 "히잡은 이란 내 여성들에 대한 억압을 상징한다"며 스웨덴 정부는 린데 장관 등 여성 관료들이 그런 법으로부터 면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어야 했다고 신랄하게 공격했다.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국가인 이란은 여성의 히잡 착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은 이란 여성뿐만 아니라 이란을 방문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적용돼 종종 분노를 일으킨다.

올해 세계 여자체스선수권대회가 이란에서 열리자 작년 체스 미국 챔피언인 나지 파이키제는 히잡 착용을 거부하며 불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을 방문하는 여성 정치인들은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것이 양국 간 관계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한편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이번 스웨덴 사절단 방문으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주말 진행된 양국 간 회담에서 스웨덴 총리가 여성 관료를 6명이나 배석시킨 데 반해 모두 남성 관료들만 참가시켜 여성에 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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