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직후 '리튬 부족' 기존 가설로는 설명 불가능"…세계적 권위 미 물리학회지 게재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교토(京都)대학 이(理)학부 졸업반 학생 20여 명이 졸업연구과제로 추진한 물리실험 결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우주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대폭발(빅뱅)' 이론의 남은 수수께끼로 꼽혀온 '우주 리튬 문제'에 파문을 일으키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14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학계에서 유력시돼온 가설을 뒤집은 이들의 연구논문은 세계적 권위의 미국 물리학회지 이달 3일 자에 실렸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대폭발 직후 수소, 헬륨 등의 원소와 함께 똑같이 가벼운 리튬도 생겨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별 관측 등을 통해 파악한 리튬의 양은 이론상 계산된 양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돼 우주탄생 수수께끼의 하나로 남아있다.
학계는 원소주기율표 3번인 리튬의 옆에 있는 4번 베릴륨의 성질에 주목해 왔다. 베릴륨7에 전자가 하나 합쳐지면 리튬으로 바뀐다. 이론상 추정보다 리튬 이외의 원소로 바뀔 확률이 높아 실제 리튬의 양이 이론의 3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게 그동안 유력한 가설이었다. 그렇지만 이 가설은 확인을 위한 실험이 어려워 증명되지 못했다.
가와바타 다카히로 교수를 비롯한 실험팀은 이 점에 착안, 취급이 어렵고 불안정한 헬륨으로도 정밀한 데이터를 얻을 실험방법을 고안해 냈다. "학생들에게 본격적인 연구경험을 쌓도록 해주고 싶어" 2014년 당시 4학년 학생들을 이 실험에 도전하게 했지만, 성과는 바로 나오지 않았다. 실험기구를 개량하는 등 4학년 학생들이 3대에 걸쳐 도전을 계속한 끝에 올해 마침내 훌륭한 데이터를 얻었다.
실험결과 베릴륨이 헬륨으로 바뀔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졸업반 학생들은 "기존 가설로는 리튬 부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와바타 교수는 "수수께끼가 더욱 깊어졌다. 우주 리튬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가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유력한 가설을 부정하는 실험결과를 얻은 것을 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잡지의 하나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래터스"에 논문이 실리게 됐다.
가와바타 교수는 "졸업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일은 좀처럼 없다"고 칭찬했다. 실험에 참가했던 고시카와 아미(23)는 "실험 중 설계한 기구가 망가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면서 "귀중한 경험을 했지만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걸 실감한 건 아주 최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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