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텍고-교육청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놓고 대립

입력 2017-02-14 16:29   수정 2017-02-14 16:57

서울디지텍고-교육청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놓고 대립

디지텍고 서울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 신청 vs 교육청은 '불허'

"탄핵은 정치적 음모" 교장 발언 놓고 보수·진보단체 맞불집회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서울디지텍고가 교육청에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신청을 했으나 서울시 교육청이 이를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교육청은 서울시내 전체 중고교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및 역사교과서 사용안내' 공문을 보내 연구학교 신청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연구학교 지정 절차를 안내하면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는 연구학교 선정 심의회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정할 수 없고, 이에 따라 교육부의 안내 공문도 각 학교로 전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는 3월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우선 사용할 연구학교를 지정하기 위해 안내 공문을 희망학교에 전달해 달라고 각 시도 교육청에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에 반발해 교육부 공문을 각 학교에 전달하지 않고있다.

이에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연구학교 희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서울디지텍고가 지난 9일 "교육부공문을 내려보내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이에 답신 성격으로 '불가' 입장 공문을 다시 전달한 것이다.

교육청은 서울디지텍고가 연구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교재로 국정 교과서를 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국정교과서는 교육부 장관이 밝혔 듯 연구학교를 위한 완성본이고, 만약 교과서를 자체적으로 구해 제본해서 사용하는 것도 현행법 위반이어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과서 선택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는데 교육감이 이를 막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곽 교장은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비교하면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할 기회를 막고 있다"며 "몇몇 사립학교 교장들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찬성하면서도 편견 때문에 선뜻 신청을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14년 '뉴라이트' 계열 필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서울에서 유일하게 채택했고, 작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비치를 거부했다.

앞서 곽 교장은 7일 종업식 겸 탄핵정국 관련 토론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정치적 음모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발언과 관련해 14일 서울디지텍고 앞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각각 보수, 진보단체의 맞불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디지텍고 정문 앞에서 곽 교장의 발언을 옹호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촛불집회에 나가서 정치적 발언을 일삼으면서 왜 학교장은 못하게 하느냐"면서 연구학교 신청과 관련해서도 "교육부가 내려보낸 공문을 좌파 교육감이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도 이날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곽 교장의 퇴진과 사과, 교육청 특별감사, 검찰과 경찰의 수사착수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교장 직위를 이용해 학교 공식행사에서 정치편향적 발언을 일삼았다"며 "직무와 관련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 본분을 망각하고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초 서울디지텍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지만 예정 기자회견 20분 전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교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자회견을 하자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견 장소를 바꿨다.

논란이 커지자 곽 교장은 전날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어느 정파나 단체 입장이 아닌 법률 전문가 의견과 자료를 취합해 소개한 것"이라며 "학생 생각이 한쪽에 치우친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균형을 잡아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장의 발언 논란과 관련 "학교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당장 감사나 장학에 착수할 사안은 아니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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