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안보공약 밑그림 그린 최측근 플린…러시아 내통 의혹에 사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중대한 안보 문제에 직면한 가운데 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혼란에 빠지는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내통 의혹에 휘말린 마이클 플린 NSC 보좌관이 취임 3주 만인 13일(현지시간) 사퇴했다. 그는 역대 백악관 선임 보좌관 중 최단임 중 하나로 기록됐다.
플린은 작년 초부터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안보 정책을 조언해온 최측근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해온 보좌관을 잃게 됐다.
트럼프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플린은 지난달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對) 러시아 제재 해제 방안을 논의한 것이 폭로돼 파문이 일었다.
플린이 러시아 대사를 만난 것 자체보다 당시 상황과 사후 대응이 더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아 이들과 관계가 틀어졌다.
플린은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 대러 제재 해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가,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제재 관련 논의도 있었다고 보도하자 뒤늦게 시인했다.
앞서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닉슨 대통령 취임 8일 전에 러시아 대사관에서 사실상 스파이었던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세도프를 만났다.
그러나 키신저는 당시 세도프와 대화하기 전 J. 에드가 후버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상의했으나, 플린은 FBI나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차기 국무·국방장관 내정자에게도 대화를 승인받지 않았다는 점은 중대한 차이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부터 '친 러시아' 태도로 논란을 일으킨 데다 당선인 시절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 대선 개입 결론을 내렸던 만큼 러시아와 관련한 안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플린의 러시아 '내통' 의혹은 트럼프 정부에는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외교·안보 총사령탑'인 플린이 사퇴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시작부터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플린은 대선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도우며 미국 군사력 강화 등 핵심 공약의 밑그림을 그린 핵심 브레인이어서 미국 안보라인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플린은 전체적으로 강경 성향으로, 특히 핵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서는 체제 존속문제까지 거론할 정도로 초강경 태도를 보여왔다.
미 언론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정부가 시험대에 오른 상황에 안보 사령탑에 공백이 생긴 것을 주요 문제로 거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혼란은 새 행정부가 외교 정책의 기틀을 잡고 여러 세계적 도전에 직면하기 시작한 때에 벌어졌다"며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대북 정책을 검토하는 와중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선임 보좌관들 사이에 내분이 벌어진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플린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신임 행정부 고위층의 혼란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CNN은 풀이했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