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일하는 20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집총거부 이유

입력 2017-02-15 06:50   수정 2017-02-15 09:30

청소 일하는 20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집총거부 이유

법원 '여호와의증인' 신도 3명에 잇따라 '무죄' 선고

재판부 "신도들 입영거부,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안에 있어 "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아버지와 함께 계단 청소일을 하며 생계를 잇는 박모(22)씨는 기독교 소수 종파인 '여호와의증인' 신도다.

박씨의 아버지는 10대 후반에 누나 등 가족의 영향을, 그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직장에서 함께 일한 친척의 권유를 받아 이 종교를 믿기 시작했다.

박씨 역시 이런 부모님의 종교적 믿음에 영향을 받고 어릴 때부터 여호와의증인 교리와 성서를 접했다.

가족들과 함께 일반 교회와 성격이 비슷한 '왕국회관' 집회에 꼬박 참석했고 그곳에서 배워 깨달은 성서 내용은 전도나 봉사로 실천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인 2009년 지역 모임인 '회중'에서 '침례'를 받았다. 침례는 다른 신도들로부터 신앙의 성숙함을 인정받는 공식적인 절차였다.

진정한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됐지만, 사춘기 중학교 시절은 심적 고통이 절정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친구들은 '담배를 같이 피우자'거나 '다른 친구와 싸워보라'고 부추기는 등 박씨의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은 요구를 했다.

이런 기대에 따르지 않으면 친구들과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에 어긋난 행동이라는 죄책감이 맞서 싸웠다.

심적 고통의 결론은 자퇴였다. 친구 대신 종교를 택한 박씨는 아버지와 상의 끝에 학교를 그만뒀고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졸업했다. 중학교 때 겪은 갈등이 반복될 것 같아 대학교도 가지 않았다.

그 사이 성서 내용을 전하는 무보수 봉사활동인 '파이오니아'를 하며 하느님과의 약속을 줄곧 지켰다.






만 21세가 되던 지난해 대한민국 성인이 된 박씨도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3월 인천병무지청장 명의로 배달된 현역병 소집 통지서에는 같은 해 4월 4일까지 논산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교리에 따라 입대하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되기로 했다.

전쟁에 참여하거나 전쟁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은 사람을 향한 사랑이 완전하지 않은 거짓되고 위선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다.

병역 면제를 받지 않는 이상 군에 입대해야 하는 현실에서 박씨는 결국 범법자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8단독 이연진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와 같은 이유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택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호와의증인 신도 2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양심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 중에서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며 "이는 양심의 자유가 헌법이 실현하려는 최고 이념인 인간 존엄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입영거부는 헌법이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양심의 자유가 보호하는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이 비전투적 성격의 대체복무는 기간이 더 길고 더 힘들더라도 이행하겠다는 의사도 있다"며 "다른 병역기피자들과 법질서 위반 정도가 동일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종교 문제로 병역을 거부한 이는 2006년 이후 10년간 5천720여 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5천210여 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 기간 전체 병역거부자 중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5천680여 명이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7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88조의 위헌 여부를 가리고자 여론 수렴을 위한 공개 변론을 열었다.

헌재는 조만간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3번째로 심판한다. 앞서 2004년과 2011년에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