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레전드, WBC대표팀에서 현역 스타들 1대1 지도
(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네가 가진 게 있는데, 왜 자꾸 바꾸려 해."
이순철(56)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타격 코치가 손아섭(29·롯데 자이언츠)에게 일침을 놨다.
손아섭은 토스 배팅을 돕는 이 코치의 말에 귀 기울였다.
선동열(54) WBC 투수코치는 양현종(29·KIA 타이거즈)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뒤 직접 투구 동작을 취하며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전설과 현역 최고 선수의 만남. 14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장면이다.
이날 오후 손아섭은 "타격 훈련을 더 하고 싶다"고 했고, 이 코치가 조력자로 나섰다.
이 코치는 특유의 냉소적인 말투로 손아섭의 '과욕'을 지적했다. 그는 "아섭아, 홈런 5개 늘고 삼진 30개 늘어나면 좋겠나. 홈런은 150억짜리 타자(이대호)에게 치라고 해"라고 말했다.
타구 비거리를 늘리고자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싶다는 손아섭의 말에 강한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코치는 "이미 좋은 히팅 포인트를 지녔는데 왜 많은 걸 바꾸려고 하는가. 가장 좋을 때 타격 자세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조언을 이어갔다.
이 코치의 도움 속에 토스 배팅을 마친 손아섭은 "욕심을 내려 했는데 이 코치님 말씀을 따라야겠다"며 웃었다.
이순철 코치는 현역 시절 호타준족 외야수로 꼽혔다.
외야수 손아섭은 2012년과 2013년, 2시즌 연속 최다 안타 1위를 차지한 교타자다. 하지만 홈런에 대한 욕심도 있다.
지도자는 물론 동료에게도 자주 조언을 구하는 손아섭은 WBC 대표팀 코치로 부임한 이 코치에게도 자문했고, 답을 얻었다.
오전에는 불펜에서 전설적인 투수와 대표팀 에이스가 만났다.
선 코치는 불펜에서 양현종이 57개의 공을 던지는 장면을 지켜봤다.
투구가 끝난 뒤에는 "팔이 제대로 넘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불필요한 힘을 쓰는 것 같다"며 "투구 밸런스를 맞춰 팔을 길게 뻗는 동작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양현종은 선 코치의 동작을 따라하며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이순철 코치와 선동열 코치는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고 1군 감독까지 경험한 한국 야구의 전설이다.
전설을 향해 달리는 현역 최고 선수들은 대표팀 훈련 기간에 살아있는 교과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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