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사과가 필요해 = 2000년 등단한 시인 박성우(46)의 두 번째 청소년 시집.
"미쳤어 미쳤어"('19금, 자유시간') 하면서도 친구 집에 모여 '야한 영화'를 보는 아이들, "야자를 하다 말고 문득 소리가 지르고 싶어져서"('별 없는 밤') 운동장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는 청소년의 현실을 쉬운 언어로 풀어냈다.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와 마주친 이야기에 마음이 저릿하다.
"딩동, 드디어 치킨 배달이 왔다/ 치킨 배달이 오긴 왔는데/ 옆 반 준희가 들고 왔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고/ 그렇게 안 친하지도 않은 준희// (…)// 맛있게 먹어, 치킨을 건네준 준희가/ 계단을 타고 급히 뛰어 내려갔다/ 얼결에 나는 맨발로 현관을 나섰다/ 준희야, 엘리베이터 오고 있잖아!/ 배달이 밀려서 그래,/ 준희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애매한 치킨' 부분)
창비. 144쪽. 8천500원.
▲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 일본 작가 와타야 리사(33)의 2004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번역했다. 수상 당시 갓 스무 살이었던 작가가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쓴 이야기여서 청소년소설로 손색이 없다.
삐딱한 성격의 육상부 여고생 하츠는 인간관계가 대부분 가식이라고 믿는다. 억지로 어울리고 싶지 않아 혼자가 됐지만 마음 한 켠에선 진정한 친구를 찾는다. 패션모델 올리짱에 빠져 사는 '오타쿠' 니나가와 역시 마찬가지로 외톨이다. 등짝을 발로 차 주고 싶은 마음은 니나가와를 향하지만 관계에 대한 하츠 자신의 미묘한 심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 어딘가 쓸쓸하게 움츠린, 무방비한 등짝을 걷어차고 싶다. 아파하는 니나가와를 보고 싶다. 갑자기 솟아오른,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이 새로운 욕망은 섬광과 같아서 일순 눈앞이 아찔했다."
자음과모음. 정유리 옮김. 148쪽. 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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