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구제역 방역, 원점부터 다시 봐야

입력 2017-02-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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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구제역 방역, 원점부터 다시 봐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구제역 백신 제조공장을 짓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2011년 처음 백신 공장 설립 얘기가 나왔으나 사업성 때문에 고민하다가 지난해 결정을 했다"며 "올해 17억 원의 설계 예산을 반영했고 2019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산은 총 690억 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사업성을 고민한 이유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공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매년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번엔 비축 물량 부족으로 백신을 긴급 수입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까지 정부의 구제역 대응이 안이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혈청형 'A형' 구제역이 올해 발생하면서 백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O형 구제역 위주로 대비해와 A형 구제역 백신은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않았다. 결국 전국의 소 283만 마리에 일제 접종을 하고자 A형과 0형에 모두 쓸 수 있는 'A+O'형 백신을 2월 말이나 3월 초에 수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물량이 들어오더라도 약 1천만 마리에 달하는 돼지는 대부분 접종을 하지 못한다. A형 구제역이 돼지로까지 퍼지면 다시 무방비 상태가 되는 셈이다. 구제역은 소뿐만 아니라 돼지, 염소, 양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지는 동물(우제류)에는 모두 전염될 수 있다. 정부는 추가 수입선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공급처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구제역 백신은 일반 공산품처럼 수요에 맞춰 바로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품목이다. 바이러스 변종도 많아 적합성 분석이 필요한 만큼 실제 수입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 수밖에 없다. 구제역 백신의 국산화가 애초 논의된 이유다.



구제역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여덟 차례 발생했다. 살처분 비용과 생계안정자금 등 이 기간에 들어간 혈세만 3조3천127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우제류 348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 와중에 정부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소 50마리 이상을 기르는 농가는 비용의 50%를 정부에서 지원받아 직접 접종하고,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가 무료로 접종하게 돼 있다. 접종 의무화 이후 3년간 사라졌던 구제역은 2014년 7월 23일 재발해 보름간 이어졌다. 또 같은 해 12월 발생한 구제역이 이듬해 4월까지 147일간 잡히지 않아 소와 돼지 17만3천 마리가 살처분됐다. 작년 1∼3월에도 45일간 돼지 3만3천 마리가 구제역으로 살처분됐다. 올해는 이달 6일 충북 보은의 한 농장에서 일부 젖소가 확진 판정받은 것을 시작으로 14일 현재 전국 9곳에서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정부는 우선 구제역 확산을 막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합형까지 등장한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방역 정책에 문제점이 없는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상당수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당국이 파악한 것보다 극히 낮게 나온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식품부는 표본조사를 근거로 작년 12월 현재 소의 항체 형성률이 전국 평균 97.5%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병한 농장 중에는 실제 항체 형성률이 5%에 불과한 곳도 있다. 정부의 백신 접종 관리가 허술하고, 일부 농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방역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시스템을 원점에서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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