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아파 호텔, 객실 복도 등에 역사 왜곡 책자 소개
(삿포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 공식 숙소인 아파(APA)호텔이 여전히 극우 성향의 서적을 비치해 논란이다.
연합뉴스가 14일 해당 호텔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아파 호텔은 객실 앞 로비 등에 위안부 강제 동원 등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 성향의 책을 비치하고 있다.
지난달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대한체육회에 '선수단 숙소에서 극우 서적을 치우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는 대회 개막을 5일 앞둔 이날 오후 해당 호텔을 찾았다.
아파 호텔엔 호주, 카타르 등 대회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들과 대회 관계자들이 투숙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각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했다.
아파 호텔은 여느 호텔과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극우 서적이 비치됐던 것으로 알려진 호텔 1층 로비에도 문제가 될 만한 책이 보이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서적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을 알고 있다"라며 "대회를 앞두고 객실과 로비에 있는 서적을 모두 치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는 달랐다.
투숙객의 협조로 객실과 객실 로비 등을 확인한 결과, 아파 호텔 모토야 도시오 회장이 쓴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진짜 일본의 역사 이론 근현대사 2' 등 논란 서적이 버젓이 비치돼 있었다.
한국인 투숙객은 "보기 쉬운 곳에 책들이 놓여 있어, 누구든지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더라"라고 말했다.
아파 호텔은 논란을 피하려고 취재진 등 외부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만 서적을 치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수들이 묵고 있는 객실 등엔 관련 서적을 소개하며 역사 왜곡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논란 서적인 '진짜 일본의 역사 이론 근현대사 2'엔 위안부 강제 동원과 난징 대학살 등을 왜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과 중국 선수단은 당초 이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었지만, 극우 서적 비치 문제가 알려진 뒤 숙소를 변경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일본 측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 제36조 부칙에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OCA 대회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고 지적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가 커지자 조직위 측은 해당 서적을 치우겠다고 약속했고, 아파 호텔 역시 "조직위 공식 요청이 있으면 해당 서적을 치울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수들이 투숙을 시작한 뒤에도 해당 호텔은 여전히 왜곡된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아파 호텔 측은 이 문제에 관한 거듭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라며 취재진을 밖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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