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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러시아 정찰선 한 척이 1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영해 근처를 순찰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해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잇달아 터진 '러시아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는 트럼프 행정부를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두 명의 미군 관계자는 미국 동북부 해상 근처를 기웃거리던 러시아 정찰선을 발견했다고 폭스 뉴스에 소개했다.
정찰선은 델라웨어 주 연안에서 약 113㎞ 떨어진 대서양 해상에서 시속 18.52㎞(10노트)의 속도로 북진 중이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배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찰선이 미국 영해인 12해리(22.22㎞) 바깥 공해 상에 있었다고는 하나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이 달갑게 여길 수만은 없는 장면임이 분명해 보인다.
해당 정찰선은 러시아 해군의 정보 수집함인 '빅토르 레오노프 SSV-175'다. 미국 영해 근처에서 포착된 건 2015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지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이 정찰선은 통신 도·감청(SIGNIT)은 물론 미국 해군의 음파 탐지 시스템도 측정할 수 있다고 폭스 뉴스가 보도했다.
한 미군 관계자는 "아주 심각한 우려는 아니지만, 러시아 정찰선의 행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폭스 뉴스는 이번 러시아의 '도발'이 지난달 하순 이란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지난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 2형' 발사 후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러시아는 냉전기인 구소련 시절부터 미군 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가 몰려 있는 미국 동부 해안에 정찰선을 보내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려왔다.
미국 정보 당국은 첩보 위성 외에도 정찰기를 동원해 러시아 정보 수집함의 행보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폭스 뉴스는 최근 노퍽 기지에서 출항한 미군 해군 함정 4척이 대서양에서 통상 훈련을 진행 중이나 한 척도 러시아 정찰선을 미행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찰선 출현 소식은 가뜩이나 러시아와의 '커넥션' 의혹에 휩싸인 트럼프 행정부에 적지 않은 짐이 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해킹으로 개입했다며 보복 조처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미국 내 러시아 관련 시설 두 곳을 폐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를 토대로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미국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인사인 메이저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 렉스 틸러슨을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백악관 '안보 사령관'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거짓 해명한 일로 13일 사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의 커넥션을 파헤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백악관은 플린 전 보좌관의 '러시아 접촉 거짓 보고'를 인지하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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