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 위기 도시바, 돈되는 건 다 팔고 은행에 '읍소'

입력 2017-02-15 11:35  

공중분해 위기 도시바, 돈되는 건 다 팔고 은행에 '읍소'

오늘 채권단과 협조융자 협의…주가 연이틀 10%안팎씩 폭락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대기업 도시바(東芝)가 공중분해 위기를 맞았다. 그간 잇따른 악재에 더해 최근 불거진 미국 원자력사업의 손실로 치명상을 입어서다.

화근이 된 미국 원전 자회사는 물론이고 금쪽같은 반도체사업의 지분도 팔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이젠 추가로 팔 우량물건마저 바닥나면서, 은행에 다시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장사 결산자료 제출 마감일(14일)을 지키지 못한 채 결산발표를 미루면서 시장의 의구심을 촉발했고 주가는 14일 8% 가량에 이어 15일 오전에 추가로 10% 넘게 추락했다.




◇ 도시바 왜 이 지경까지…회계부정 후폭풍 벗어날 찰나 美원전이 발목

1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예정됐던 2016년 4~12월 결산 발표를 미루고 전망치만 공개했다. 도시바는 결산 연기에 대해 "일부 사내 경영자에 의해 회계처리에 부적절한 압력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그에 대한 확인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원자력사업 손실 탓이다. 도시바는 전날 미국 원자력발전사업 손실을 7천125억엔(약 7조1천310억원) 계상하고 채무초과에 빠졌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도시바는 2006년 미국 원자력사업회사 웨스팅하우스(WH)를 6천100억엔에 인수했다. 당시만 해도 신흥국 등 원전 수요 증가로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이후 원전시장은 움츠러들고 안전기준이 강화된 것이 도시바의 발목을 잡았다.

WH는 2008년 미국서 원자로 4기를 수주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이번에 7천억엔대 손실을 계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회사가 2016년말 1천912억엔의 채무초과(자본잠식)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2006년 WH 인수에 대해 "옳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실토했다.

이번 원전사업 손실은 2015년 회계부정 스캔들의 후폭풍에 이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도시바는 회계부정 발각 뒤 핵심사업분야로 꼽히는 의료기기 자회사 도시바메디컬시스템즈를 캐논에 6천655억엔에 팔고, 백색가전사업도 중국 업체에 매각해야 했다.

현재 도시바엔 채무초과 문제를 회계연도 결산시기인 3월말까지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쿄증시 1부에서 2부로 강등되는 것은 물론 신용평가사들은 도시바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할 공산이 크다. 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것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게 된다.


◇ 반도체사업 지분 몽땅 팔 수도…채권단에 '자금융통' 읍소

도시바는 이 때문에 자본확충을 위해 애써왔다.

도시바 매출의 30%를 점하는 반도체사업 분사 및 투자유치(지분매각)가 대표적이다.

도시바의 주력인 ▲ 반도체 ▲ 원자력사업 ▲ 인프라 건설 등 3가지 가운데 가장 우량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는 동시에 지분을 팔아 모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엘리베이터 등 자금확보가 가능한 계열사 7곳도 매물로 내놓았다.

도시바는 애초 알짜사업 반도체를 분사해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초 20% 미만의 지분을 매각하려 했지만, 결산전망에서 4천999억엔이라는 엄청난 적자가 예상되자 자존심도 내팽개쳤다.

쓰나카와 사장은 향후 대응책에 대해 반도체사업 신설사의 외부출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올릴 것도 검토 중이고, 미국 원자력 자회사인 WH 지분도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도체사업 신설사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을 위한 입찰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대만의 폭스콘, 미국의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반도체 지분 매각 입찰의 판도가 바뀔지 업계는 주목한다.

이처럼 돈 되는 사업은 다 팔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젠 매각 대상 우량 자산도 바닥나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반도체사업 지분 매각도 도시바가 주도권을 잃으면서 인수자들이 후려치려 할 수 있다. 해외 원전사업 매각도 원전 환경이 나빠 원매자를 찾기가 어렵다.

도시바는 이에 따라 80개 거래은행을 상대로 15일 협조융자를 읍소한다. 자구책만으로는 더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룹 해체 위기를 수습하느라 입술까지 터진 채 회견한 쓰나카와 사장은 향후 전망에 대해 "(주력 가운데 하나인) 사회인프라를 양에서, 질에서 늘려 가고 싶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어둡다는 평이 많다.

tae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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