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실용주의 노선 득세"…배넌·쿠슈너와 경쟁 전망
틸러슨 '침묵'…매티스는 "플린 없다고 달라질 건 없다"
(워싱턴 AP=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하고 직설적인 안보 사령탑이던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속에 전격 낙마함으로써 행정부내 실용주의자들이 영향력을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중한 기술관료 스타일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플린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와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린의 퇴진으로 트럼프 행정부내 안보정책의 변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틸러슨과 매티스의 영향력이 커지면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너무 나갔다고' 생각하는 우방국은 물론, 공화당 내부의 우려까지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용주의 노선의 틸러슨과 매티스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에서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큐슈너와 다툼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플린의 후임을 점찍지 않았다. 키스 켈로그 NSC 사무총장이 대행을 맡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벌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가안보가 달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누가 책임지나"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비판해온 진영에서는 플린의 낙마가 미국의 대 러시아 관계, 미국의 대 이슬람 강경기류에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면서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돼 미 정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 2015년 러시아 관영방송 RT(러시아투데이)에 출연하기도 한 플린은 트럼프의 친(親) 러시아 정책을 상징하는 얼굴이었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미국의 편집증이 러시아와 친한 플린을 내치게 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트럼프 행정부와 크렘린의 허니문이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일단 플린이 하차하면서 틸러슨이 대 러시아 특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됐다.
16∼17일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와 17∼19일 뮌헨 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하는 틸러슨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엑손모빌 CEO 출신의 틸러슨은 러시아 지도자들과 오래도록 관계를 맺어왔으며 관직 경험이 전무하다.
그는 아직 플린의 낙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플린이 빠짐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 이슬람 강경기조가 누그러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외교정책을 자문한 헤리티지재단의 짐 카라파노 연구원은 "(플린 낙마가) 백악관의 속도를 줄일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신뢰할만한 목소리를 잃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다른 (안보) 라인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넌의 역할 증대가 예상되는 측면도 있다.
극우보수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출신의 배넌은 이슬람에 대한 노골적인 입장을 포함해 트럼프 외교정책의 근간을 제공한 인물이다.
큐슈너도 이미 중동·남미지역 특사로서 역할을 갖고 있는 것처럼 외교경험이 부족하지만 자신의 직무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과 달리 매티스는 짧게나마 목소리를 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질문을 받자, 플린의 낙마가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그것이) 나의 메시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는 동맹국들을 위협했던 트럼프의 방위비 압박과는 달리 한국·일본을 방문해서는 오히려 전통 우방국과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여러 안보 포스트를 경험한 데릭 셜럿은 "중요한 문제는 대통령과 실제 정책을 연결해줄 조직"이라고 조언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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