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스포츠 근간인 공정성 잃게 해 엄벌"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운동경기에서 승부조작을 청탁하거나 억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동선수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4단독 하석찬 판사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과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도선수 출신 A(30)씨와 농구선수 출신 B(31)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경기지역 자치단체 소속 유도선수 시절인 2015년 2월 13일 숙소에서 프로농구 선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경기에서 슛을 난사해 주면 술을 한 잔 사겠다"고 제안했다. B씨는 국군체육부대에서 알게 된 A씨의 부탁을 승낙했다.
다음날 B씨는 경기에 출전했고 A씨는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B씨의 상대 팀에 300만원을 배팅했다.
B씨의 소속팀은 비교적 전력이 약해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서 이른바 '핸디'가 있었다. A씨가 배당받기 위해서는 B씨의 상대 팀이 10점 이상의 차이로 이겨야 했다.
운동선수들의 불법 도박을 수사하던 경찰은 A씨와 B씨가 프로농구 승부조작을 모의한 것을 확인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B씨가 해당 경기에서 실제 슛을 난사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A씨와 B씨 역시 "슛 난사 부탁은 장난이었고 친분이 있어 술을 사겠다고 한 것"이라며 승부조작 청탁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면 A씨의 승부조작 청탁 사실을 알 수 있고 승부조작이 실제 이뤄지지 않거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이익이 존재하지 않아도 죄가 인정되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가 고의로 슛을 난사했지는 여부와는 별도로 A씨의 부탁은 공정한 자세로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는 운동선수에게 이에 반하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운동경기의 근간인 공정성을 해하며 부정한 청탁을 하고 이익을 약속해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일부 자백하고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0∼2015년 178회에 걸쳐 6천만원 상당을, B씨는 2013∼2015년 582회에 걸쳐 1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2011∼2015년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통해 246∼1천64회에 걸쳐 2억9천만∼5억8천만원 상당을 배팅한 혐의로 기소된 유도선수 출신 C(30)씨 등 5명에게 징역 6∼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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