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트 비밀일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독일어로 잠수함이라는 뜻의 '운터제부트'(Unterseeboot)에서 온 '유보트'(U-boat)는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독일 잠수함을 뜻하는 일종의 고유명사가 됐다.
독일은 유보트를 이용해 1차대전 당시 영국으로 향하는 배는 모두 격침하는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실행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인 승객 128명이 탄 여객선이 유보트에 격침된 사건은 미국의 참전 선언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서양의 늑대'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며 연합군을 괴롭혔던 유보트의 이야기는 이후 영화와 소설, 게임의 소재가 됐다.
신간 '유보트 비밀일기'는 실제 2차대전 당시 독일 유보트 승조원이었던 볼프강 히르쉬펠트의 기록을 토대로 유보트에서 벌어진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1935년초 독일 해군에 지원한 뒤 1940년 잠수함 승조원으로 차출된 히르쉬펠트는 잠수함 작전과 전투 상황은 물론, 승조원들의 생활을 기록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무선통신사였던 그는 교신이 별로 없는 야간 당직에 주로 일기를 썼고 일기장은 비밀보관소 속 낡은 통신일지 속에 숨겨뒀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절 좁은 유보트 안에서 무더위와 혹한을 견뎌야 했던 승조원들의 열악한 생활, 적의 구축함과 항공기의 공격을 받을 당시 지옥 같았던 전투 현장 등을 생생히 기록했다.
통신사로서 함장이 하는 말을 모두 들을 수밖에 없었던 히르쉬펠트는 자신이 겪었던 함장 3명의 전투 수행 능력과 인간적인 면, 함장들 간에 벌어진 격침 기록 경쟁까지도 자세하게 기록에 남겼다.
일기는 히르쉬펠트가 유보트 U-234가 방사성 물질인 산화우라늄을 싣고 일본으로 가다가 독일의 항복선언으로 미군에 투항할 때까지 10년간 계속된다.
영국 작가 제프리 브룩스가 히르쉬펠트의 일기를 1인칭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한국어 번역은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했다.
플래닛미디어. 412쪽. 1만9천800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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