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가 게놈편집 기술을 이용해 수정란이나 생식세포(난자·정자)의 유전자 이상을 바로 잡아 질병이 자손에게 유전되는 것을 막는 치료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자손에게 전해지는 수정란이나 생식세포의 유전자 변환은 안전성과 윤리적 측면에서 허용되지 않고 있다. 미 과학아카데미는 기술진보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조건하에 장차 게놈 편집을 사람의 수정란 등에도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15일 아사히(朝日)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인간 수정란이나 생식세포에 대한 게놈편집기술 응용문제를 검토해온 NAS는 1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전자 치료의 역사는 20여 년에 이르지만, 안전성이나 자손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다음 세대에 영향이 남지 않는 체세포에 한해서만 임상응용이 허용됐다.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져 장차 임상응용이 이뤄지면 유전자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어린이가 태어날 수 있게돼 유전자 치료사에 큰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과학아카데미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미국 연방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수정란과 생식세포에 대한 게놈 편집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진지하게 고려할 현실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상응용 전에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 합리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병의 원인 유전자에 국한 ▲수세대에 걸친 장기적인 영향 평가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임상응용 대상은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라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진 질병이나 장애로 국한하도록 했다. 조건 여하에 따라 대상이 될 수 있는 질병에는 유전성 유방암 등도 포함된다. 여러 가지 질병이나 장애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연구가 진전되면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부모가 원하는 능력이나 용모를 가진 "디자이너 베이비" 탄생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체세포라도 키나 용모 등 신체적 특징이나 지능조작을 목적으로 한 이용은 금지하도록 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알타 차로 위원장은 "영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반드시 일반사회와 대화하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홋카이도(北海道)대학의 이시이 데쓰야 교수(생명윤리)는 아사히 신문에 법규제와 시민과의 대화 등을 임상응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점을 들어 "게놈 편집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서도 엄격한 조건을 제시해 억제 효과를 겨냥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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