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 울음소리 끊길라"…구제역에 도축장도 '살얼음판'

입력 2017-02-15 14:48   수정 2017-02-15 15:05

[르포] "소 울음소리 끊길라"…구제역에 도축장도 '살얼음판'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음매∼ 음매."

15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도축장. 화물차 뒤 칸에 실린 한우 암소가 도축장에 들어서자 입구에 설치된 방역 분무 소독 세례를 받았다.


암소는 깜짝 놀란 듯 두 개의 발굽을 힘차게 굴려 화물차를 뒤뚱거리게 했다.


도축장 입구는 출입하는 차량을 소독하기 위해 연일 뿌려대는 소독약품의 물기 탓에 두꺼운 살얼음이 끼어 사람들을 종종걸음치게 했다.

소와 돼지를 도축하는 이곳에서는 두 개의 발굽을 가진 동물만 걸리는 구제역 '심각' 경보에도 별 이상 없이 도축을 이어가고 있어 비릿한 가축의 피 냄새가 진동했다.

이 도축장에서는 하루 평균 24∼25마리의 소와 수백 마리 돼지를 도축, 도소매업체에 공급한다.

도축장 뒤편 계류장에는 가축시장을 거치지 않고 축산농가에서 바로 실려 온 소들이 잇따라 도착해 도축장 안으로 끌려갔다.

이곳에서 도축되는 가축은 지역 내 이동만 허락된 탓에 모두 광주·전남 일대에서 키운 것들이다.

가축을 싣고 온 차량에는 방역소독을 철저히 마쳤음을 증명하는 서류가 달려있었다.


구제역 확산으로 통상 월 1회 하던 방역이 주 1회로 확대돼 이날 방역 당국이 도축장에서 일제소독을 했다.

관할 구청 방역차가 소독약품을 뿌려대자 좁은 통로를 따라 계류장 안으로 들어가던 소들은 눈이 따가운 듯 커다란 눈동자를 끔벅거리며 눈물을 쏟아냈다.

차량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소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겨우 내려보낸 축산 농민은 땀방울을 소매로 훔치며 "소시장이 문 닫았는데, 도매업체 계약을 통해 이렇게나마 소를 팔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도축장 관계자도 "현재까지는 도축장이 평소 수준으로 정상 운영 중이나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하면, 도축량이 줄어 공급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가축시장이 개장하지 못하고, 지역 간 가축 이동을 할 수 없어 구제역이 조금만 더 이어지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현재는 지금까지 각 농가가 키워놓은 소들을 소비하고 있지만, 유통 통로가 막히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축장에서 만난 축산업체 관계자는 "구제역 여파가 있느냐"는 말에 "말도 하기 싫다"고 손을 거세게 젓고는 자리를 떴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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