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대 자연과학대 구성원은 학문의 정직성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고 정직성을 훼손하는 행위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진실하게 지적탐구에 매진한다."
새내기새로배움터를 앞두고 잔뜩 긴장하면서도 들뜬 서울대 자연대 신입생들에게 A4지가 주어졌다.
A4지 1장의 무게는 약 4.5g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들 앞에 놓인 종이에 담긴 내용은 학생들을 평생 따라다니며 때론 마음을 무겁게 할 만큼 중요했다.
서울대 자연대 신입생 200여명은 15일 서울 관악구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서 '아너코드'(Honor Code·명예서약)에 서명했다.
신입생들에게 명예서약을 받는 것은 서울대에서 자연대가 처음이다. 국내 대학 전체로 따져도 드문 일이다.
아너코드는 단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구성원이 따라야 할 준칙을 말한다.
자연대는 '정직한 양심과 책임의식을 바탕으로 학문활동에 임하려는 결의'라고 아너코드를 풀이하면서 구체적으로는 '과제물·논문 작성 등 학업·연구활동을 할 때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행동하고, 학문적 양심을 지키는 시스템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들에게 아너코드를 설명한 전헌수 자연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성인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연구생활을 할 때 기본적인 소양"이라면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과거보다 학문의 정직성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명예서약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져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을 들은 신입생들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아너코드에 서명했다.
'새터'만 생각하고 온 터라 펜을 챙겨오지 않은 학생들이 이리저리 펜을 빌리느라 잠시 부산하기도 했지만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이내 날짜와 자신의 이름을 한자씩 꾹꾹 눌러쓰며 명예서약을 완성했다.
신입생들은 아너코드가 "당연히 지켜야 할 내용"이라면서 "반드시 지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구원이 꿈이라는 생명과학부 신입생 김지원(19)씨는 "명예서약을 하니 학생과 미래의 연구자로서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서명을 하니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리천문학부 신입생 심상우(19)씨는 "이런 교육을 처음 받아보는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 지켜지는 때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나는 오늘 교육받은 내용을 열심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자연대는 앞으로 해마다 신입생들에게 명예서약을 받아 3∼4년 후에는 재학생 모두가 명예서약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명예서약과 연계해 무감독시험을 치르는과목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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