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은 무의미…그를 통해 되찾는 삶의 의미"

입력 2017-02-15 16:59  

"제 작품은 무의미…그를 통해 되찾는 삶의 의미"

베니스 한국관 작가 이완, 성북동 313프로젝트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사실, 아무 의미 없는 그림들입니다."

15일 붉은색 후드티 모자를 둘러쓰고 성북동의 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에 나타난 이완(38) 작가가 목을 빼고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313아트프로젝트 전속작가인 이완은 현재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올해 5월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하는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 코디 최(56)와 함께 한국관 대표작가로 나서기 때문이다. 출품작을 비엔날레로 실어 보낼 준비를 하느라 밤을 새웠다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열정적으로 소개했다.


단색화를 떠올리게 하는 회화는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 시리즈다. 2012년에도 한 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 작업이다.

작가는 올해 초 직업소개소를 통해 소개받은 시급 8천 원의 일용직 노동자 9명에게 1호짜리 붓을 쥐여줬다. 잔글씨나 세밀한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가장 얇은 붓으로 100호짜리 평면 캔버스 전체를 사흘간 '성실하게' 채워달라고 주문했다. 그 위에 작가는 볼펜을 아무렇게나 휘갈긴 흔적을 확대해 붓으로 그렸다.

"다들 정말 성실히 일했습니다. 어떤 궁금증도 없이요. 그들에게는 (아르바이트로) 하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캔버스를 칠하는 행위도 그들에게 무의미한 것이고, 제가 그리는 선 또한 저한테 무의미합니다. 오로지 노동과 화폐를 교환한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함께 배치된 영상 작품 '메이드 인' 시리즈를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4년 전 시작된 '메이드 인'은 작가가 아시아 각국을 돌면서 한 끼의 아침식사를 도구부터 재료까지 손수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이날 전시장에서 상영된 '메이드 인' 대만 시리즈에는 작가가 직접 대만의 농장에서 사탕수수를 낫으로 베고 정리한 다음, 이를 돌로 으깨고 끓여 설탕 한 스푼을 얻어내는 모습이 등장했다. 함께 전시된 설탕 용기와 숟가락 모두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가 직접 만든 것이다.

무의미에 가까운 한 끼 식사에 엄청난 자원을 쏟는 모습은 관객에게 '당신들은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에 성실히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90분간 무의미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제 작업의 모든 주제는 불가항력"이라고 설명한 작가에게 그 배경을 물었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어요. (그 상황이) 불가항력이라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왜 그런지, 우리 주변의 무의미를 들여다보고, 혹시 퍼즐이 잘못 맞춰져 있으면 제대로 맞춰보고 싶은 거죠."

작가가 "저한테는 이 작품이 어디에 가든, 누가 소장하든, 보든 중요한 게 아니다" "보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도, 혹은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과정 자체가 중요함을 말한 거로 보인다.

작가는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와 '메이드 인' 시리즈 외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퍼타임'(proper time·고유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감독과 대표작가 선정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물음도 나왔다.

작가는 "고민이 많았지만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하나도 근거 없는 의혹이라는 게 밝혀졌기에 지금은 마음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점의 의혹도 없다는 말이냐'는 물음에 "그렇다. 그건 다 알고 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이완 작가의 전시는 3월 10일까지 계속된다. 313아트프로젝트(대표 이미금)가 최근 도산공원에서 성북동으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30~40대 작가 8명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성북동 프로젝트'의 첫 전시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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