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쌓아 기획사에도 도전하고 싶네요"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저도 배우는 입장인데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열심히 해야죠."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문제아' 소년이 다른 보호관찰 소년들을 가르치는 멘토이자 보조 교사로 거듭났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 의정부보호관찰소 윤모(14)군.
지난 1월 12일 의정부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소년들이 꾸민 작은 음악 공연 '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하모니' 공연이 열렸다. 임창정의 '흔한 노래'를 열창하고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하트를 그린 윤 군에게 이날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윤군은 이날 공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 도둑질을 하다 2015년 붙잡힌 윤군의 보호관찰 기간이 지난해 11월까지였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심리적 장애로 힘들어하던 윤군은 보호관찰 기간 중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진지하게 '가수'라는 꿈을 꾸게 된 윤군에게는 보호관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 하는 것 보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치고, 노래를 배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고민하던 윤군은 담당 판사에게 편지를 썼다. 보호관찰 기간을 오히려 늘려 달라는 이례적인 내용이었다.
결국 의정부지방법원은 "저에게 이 시간을 한 번만 더 허락해 달라"는 윤군의 호소에 보호관찰 기간을 2018년 10월까지 연장했다.
이렇게 윤군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공연을 무사히 마치며 한해 노력의 결실을 봤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보호관찰 연장해 달라고 편지 쓴 게 하나도 후회되지 않아요."
올해까지 음악 교육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배우게 된 윤군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내년에 새로 '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하모니'에 참여하는 보호관찰 소년들에게 멘토이자 보조강사로 노래를 가르치는 일이다.
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하모니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학생들의 교화를 위해 의정부 준법지원센터가 운영 중인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문강사들이 매주 목요일 춤과 음악을 가르치고, 연말에 그동안 배운 기량으로 공연을 꾸미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윤군은 "나도 배우는 입장인데 누굴 가르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고 떨린다"고 했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내년 일이긴 하지만 이미 삼성에서 후원금 지원도 결정돼 윤군을 멘토로 설정한 프로그램 안이 완성됐다"며 "윤군이 나이는 어리지만, 그동안 보여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프로그램에 임하는 성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멘토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때 텔레비전에 나와 노래하는 임창정을 보고 처음 노래에 흥미를 느낀 윤군은 임창정 같은 발라드 가수를 꿈꾼다.
"(가수를 꿈꾸는 다른 경쟁자에 비해)실력도 보통이고, 딱히 장점도 없는 것 같지만 노래 하는 게 너무너무 좋다"는 윤군은 "실력을 쌓아 기획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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