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루시드 드림)을 소재로 한 영화다. 자각몽은 꿈을 꾸는 와중에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거나, 애초에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2001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영화 '인셉션'을 통해 자각몽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영화 소재로 등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3년 전 놀이공원에서 아들을 납치당한 대호(고수). 대기업 비리를 전문적으로 캐는 기자인 대호는 자신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들을 일일이 쫓아다니며 아들의 소재를 찾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그러던 중 꿈을 통한 수사 기법을 알게 되고, 기계장치를 이용해 루시드 드림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실종 당일의 기억을 환기하며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고, 범인의 윤곽을 좁혀간다.
영화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숨 가쁜 추격전을 보여준다.
특히 현실과 차별화된 꿈속 장면을 구현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대호가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가 범인과 처절한 격투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주변의 모든 고층 건물이 우르르 붕괴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무의식의 세계가 펼쳐지는 장면은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에 데뷔한 김준성 감독은 15일 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 '인셉션'은 자각몽 소재를 선점한 영화여서 굳이 '인셉션'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다만 '인셉션' 같은 비주얼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의식 세계를 구현하는데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고수는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 역을 맡아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다. 그는 러닝타임 내내 쫓고 쫓기며 싸운다. 이 역할을 위해 단기간 체중을 10㎏ 불렸다가 빼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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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감독은 자각몽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를 의식해서인지, 지나치게 친절한 연출을 보여준다.
범인에 대한 단서는 꿈속에서 쉽게 포착되고, 위기의 순간마다 조력자들이 나타나 고맙게도 다음 단서를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스릴러의 가장 큰 미덕인 쫄깃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수의 부성애 연기는 절절하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은 입체적이지 않고 서로 겉돈다.
대호를 도우며 함께 범인을 잡는 경찰로 출연한 설경구조차 그답지 않은 다소 밋밋한 연기를 보여준다.
대호의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은 의사로서 역할이나 사명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루시드 드림의 정의와 부작용을 설명하는 역할에 그친다. 박유천이 대호를 돕는 독특한 캐릭터의 미스터리한 인물로 깜짝 출연하지만,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는다.
영화를 보기 전 '공유몽'(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나의 꿈을 꾸는 것), '디스맨'(수많은 사람의 꿈속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인물)과 같은 용어를 미리 알아두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법하다. 2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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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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