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철새 탓, 구제역은 멧돼지 탓?…"수렵중단이 화근"

입력 2017-02-16 07:17   수정 2017-02-16 15:18

AI는 철새 탓, 구제역은 멧돼지 탓?…"수렵중단이 화근"

수렵 땐 1개 지역서 400마리 잡아, 올겨울엔 AI 탓 포획 못해

멧돼지도 구제역 걸리는 우제류, 감염되면 바이러스 전파 매개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겨울철이면 멧돼지가 도심이나 주택에 출몰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산속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민가 부근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농경지에서는 멧돼지가 뿌리를 캐 먹으려고 땅을 파헤쳐놓은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충북 보은군 관계자는 "과수 줄기를 갉아먹거나 뿌리 부분을 파헤쳐 놨다는 신고가 겨울에도 접수된다"며 "수렵이 중단된 이후 멧돼지나 고라니 개체 수가 꽤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은에서는 작년 11월 17일 408㎢의 순환수렵장이 개장했다.

2011년 11월부터 석 달간 수렵장이 운영된 후 5년 만에 문을 다시 열었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불과 한 달 만에 폐쇄됐다.

AI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2014년 때의 2.4배에 달하는 3천312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나온 불가피한 조치였다.

총소리에 놀란 철새가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 AI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였다.

영농철이 시작되지 않아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수렵 직후 뜸했다가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는 게 보은군의 설명이다.

문제는 멧돼지나 고라니는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라는 점이다. 발굽이 두 쪽인 우제류라는 점에서 구제역에 걸릴 수도 있다.

멧돼지나 고라니가 컴컴한 밤에 먹이를 찾아 소 사육농장 주변을 오가면서 구제역 바이러스를 묻혀 이곳저곳 퍼뜨렸을 개연성도 있다.

통계상 송아지나 새끼돼지의 경우 구제역 폐사율이 최대 55%에 달한다고 하지만 큰 소나 돼지가 죽는 일은 거의 없다. 하물며 가축보다 튼튼한 야생동물이 구제역에 걸려 죽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축산 방역 당국의 얘기다.

멧돼지나 고라니가 구제역에 걸렸다면 자연 치유를 위한 항체가 형성되기 전인 7∼10일간 농장 주변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 달간 순환수렵장을 운영하며 포획하는 멧돼지는 1개 군의 경우 300∼400마리, 고라니는 1천200∼1천300마리에 달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수렵이 중단되면서 이만큼의 개체 수가 줄지 않은 셈이다.

엽사들로 구성된 야생동물 자율구제단이 신고 접수 후 포획에 나서지만 이 역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구제역 방역 차원에서 멧돼지·고라니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엽사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더 넓게 퍼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 야생동물을 한 마리라도 더 포획해야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자율구제단 운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구제역이 우후죽순처럼 터지다보니 야생동물까지 확산 주범으로 꼽히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멧돼지와 고라니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뜨릴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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