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은 "양의지 볼 배합만 믿는다" 신뢰
(우루마<일본 오키나와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양의지 볼 배합만 따르면 됩니다"이다.
현역 최고 포수로 올라선 양의지(30·두산 베어스)를 향한 신뢰를 그만큼 깊다.
대표팀 훈련이 열린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우루마 구시가와 구장에서 만난 양의지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웃었다.
2015년 11월 프리미어 12에서 현란한 볼 배합으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 때도 많은 야구인이 "양의지의 볼 배합에 놀랐다"고 했다.
이 말을 전했을 때도 양의지는 "결과가 좋았을 뿐이다.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몸을 낮췄다.
2017년 WBC에서 한국은 이스라엘(3월 6일), 네덜란드(7일), 대만(9일)과 차례대로 맞붙는다.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네덜란드, 역시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를 대거 뽑은 이스라엘과 경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정보 또한 많지 않다.
양의지는 "전력분석팀이 구한 영상과 데이터를 분석할 것"이라고 재차 말하면서도 "상대도 우리를 모른다. 당시 타자의 움직임, 투수의 구위 등을 고려해 볼 배합을 해야 한다"고 '임기응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임기응변에 강한 포수다.
프리미어 12 일본과 준결승전이 대표적이다.
0-3으로 뒤진 8회말 2사 1, 3루 위기 상황에서 사카모토 하야토와 상대할 때 양의지는 우완 임창민(NC 다이노스)에게 초구부터 5구까지 슬라이더 5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볼 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에서 직구 사인을 냈다. 사카모토는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나도 모르게 '야, 이런 리드가 다 있나'라고 감탄했다"며 "사카모토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이었다"고 거듭 칭찬했다. 김 감독은 "일본 대표팀 베테랑 포수 시마 모토히로보다 더 좋은 볼 배합을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WBC에서 메이저리그 타자와 수 싸움을 한다.
그는 "생소한 팀과 대결에서는 실수를 줄이는 팀이 이긴다"고 했다. 상대 타자의 의도와 움직임, 투수의 구위 등을 놓고 판단할 때 자신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경계하는 말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나는 아직 선배들을 따라가야 할 때인데 벌써 대표팀에서 후배 김태군(NC)을 끌고 다닌다. 이것도 부담스럽다"고 넉살 좋게 웃었다.
하지만 소속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고 국제대회(프리미어 12) 정상까지 선 양의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현역 최고 포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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