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12월29일 오바마 러 제재발표 당일 통화…FBI, 연계의혹 조사 착수"
플린 '클린턴을 감옥에' 주도한 전력 탓 오바마 정권 눈엣가시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 해변 휴양지에서 이뤄진 한 통의 전화가 결국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낙마를 불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승리의 공신 중 한 명인 플린이 새 정권 출범을 앞둔 지난해 말 부인과 휴식을 취하던 중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한 통화를 버락 오바마 당시 정권의 연방수사국(FBI)이 엿듣고 보고가 이뤄진 게 이번 사태의 발단이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해킹에 의한 대선개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발표했다. 당일 플린과 키슬략 대사간의 전화통화가 이뤄진다.
FBI는 국가안보국(NSA)이 제공한 기술로 통화내용을 도청했으며 이 내용을 요약한 정보보고를 만들었다.
이 보고는 처음에는 광범위하게 유통되지 않았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에 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오히려 관심을 끌게 됐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정보기관들이 플린과 키슬략 대사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의혹을 품은 계기가 된 것이다.
2013년부터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제재 발표 직전에도 여러 차례 접촉했으며 이러한 사실은 12월 중순부터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에 의해 주목받았다.
처음에는 접촉의 성격이 불분명했지만 접촉이 너무 잦은 데다가, 이들 접촉이 국무부에 의해 거의 조율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점점 의혹을 품고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1월 5일 미 정보기관 수장들은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대선개입 해킹에 관한 브리핑을 한다.
백악관은 이때 FBI가 플린과 키슬략 대사와의 통화를 수사한 사실을 인지했다는 게 WP의 보도다.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1월 12일 WP 칼럼에서 두 사람의 접촉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해제가 논의됐는지 밝히라고 백악관에 촉구함으로써 이 사안을 공론화하기에 이른다.
이어 WP의 잇단 보도로 궁지에 몰린 플린은 13일 전격으로 경질된다. 도미니카공화국에서의 부주의한 통화 이후 6주 만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대통령과 플린 장군 간의 신뢰 수준이 (플린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손상됐다"고 전했다. 플린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제재해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거짓 보고'를 한 게 치명적이었음이 짐작된다.
그러나 플린의 '불운'은 역사상 가장 분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이미 배태됐다는 게 WP의 지적이다.
WP는 플린이 대선 기간 '클린턴을 감옥에'라는 캠페인을 주도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와 그의 이례적 관계, 키슬략 대사와의 비밀대화들의 발견 등은 오바마 행정부 고위관리들 사이에 '러시아의 대선개입'의 불길한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정권 이양 과정에서 트럼프 측 국가안보팀에 민감한 정보, 특히 러시아 관련 정보의 인수인계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한 오바마 정부 고위관리는 WP에 "트럼프 정부 안보팀과 러시아에 관한 특정 사안들을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는 '그 정보가 과연 안전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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