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선 늘릴수록 무모한 밀입국 늘어나 희생자 늘어"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지난해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물에 빠져 숨진 난민이 4천579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청(Frontex)'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국경관리청의 파브리스 레게리 청장은 "작년에 유럽으로 들어오다가 중앙 지중해에서 익사한 사람 수가 4천579명으로 집계됐다"면서 "하지만 실제 사망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15년의 경우 리비아에서 이탈리아에 이르는 중앙 지중해 루트를 건너다가 숨진 사람은 2천869명이었고, 2014년엔 3천161명이었다.
그는 국제사회가 리비아 인근에 구조선을 더 많이 보내는 노력을 배가할수록 밀입국업자들이 더 많은 난민을 작은 배에 태워서 망망대해로 밀어 넣기 때문에 희생자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난민의 대량 익사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구조선을 늘릴수록 실제로는 밀입국업자들을 돕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국경관리청은 '2017년 위기 분석(Risk analysis for 2017)' 보고서에서 밀입국업자들은 구조선이 리비아 영해에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더 대담하고 무모하게 유럽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난민들의 밀입국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항해에 부적합하고 승선인원을 초과한 배에 올라탄 '위험한 지중해 건너기'가 밀입국업자들에 의해 조직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목적은 위기에 처한 난민들을 구조할 준비가 돼 있는 군함이나 EU 소속 또는 민간 선박에 탐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중해에서 수색 및 구조작전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는 의도하지 않게 범죄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하고, (유럽행) 성공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그들의 사업을 번창시키는 것을 돕는 셈"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레게리 청장은 무법천지가 된 리비아연안에서 밀입국업자들이 지난 2015년엔 작은 보트에 평균 100명의 난민을 태웠지만, 작년엔 숫자를 늘려 160명씩 태웠다며 구명조끼와 같은 비상 장비나 식량이 줄어든 것도 희생자가 늘어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 같은 사망자 급증 추세가 약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국경관리청은 지적했다.
올해 1월 지중해를 건너다가 익사한 희생자 수는 228명으로 최근 몇 년간 월별 집계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한편, 중앙 지중해 루트를 이용해 유럽에 도착한 이주민수도 작년에 18만1천459명으로 17% 늘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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