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에서 백인 국수주의가 부활하면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미국 인권단체가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범죄는 전년보다 3배나 급증했다.
미국 CNN 방송이 인권단체 남부빈민법센터(SPLC)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소개한 내용을 보면, 미국 내 증오단체는 2015년 892개에서 2016년 917개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 30년간 증오집단을 추적해 온 SPLC의 통계를 보면, 2011년에 가장 많은 1천18개 증오집단이 난립했다. 그러다가 2014년 784곳으로 줄었으나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증오단체는 큐클럭스클랜(KKK), 네오나치, 백인 국수주의자, 반(反) 무슬림·LGBT(성 소수자) 단체가 대표적이다. 인종은 다르나 흑인 분리주의자 그룹도 증오집단에 속한다.
이 중 무슬림을 향한 증오단체는 2015년 34개에서 2016년 101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SPLC는 보고서에서 증오집단의 확산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행정명령으로 구체화한 무슬림 미국 입국 불허 공약, 멕시코 출신 이민자를 향한 거친 발언, 음모론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출연, 대선 기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성원을 유도하는 등 백인 국수주의자와의 유착 등 일련의 행보가 증오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SPLC는 "본질에서 미국이 백인의 나라라고 여기는 급진 극우 세력이 트럼프의 대선 출마에 열광하고 그를 자신들의 구상을 현실로 이뤄줄 투사로 간주했다"면서 "지난해 등장한 몇몇 새로운 증오집단은 순전히 트럼프와 그의 출마에 기댄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백인 국수주의자의 가치를 정책에 반영한 대통령의 등장으로 우리가 이룩한 인종적 진보를 위태롭게 하는 백인 국수주의가 미국에서 부활했다"고 결론 내렸다.
보수 비평가들은 SPLC가 자신들의 입맛대로 우파 단체를 증오집단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으나 SPLC는 "전형적으로 불변의 특성 탓에 전체 대중을 공격하거나 비방하겠다는 신념과 관습을 지닌 집단을 증오단체로 명명했다"고 반박했다.
CNN 방송은 백인 우월주의 또는 인종차별주의에 근거해 '당신의 유산을 보호하라', '백인이여, 뭔가를 하자'는 내용을 담은 전단이 대학가 주변에 많이 뿌려졌다면서 '배운 젊은 사람들'을 표적으로 한 백인 국수주의의 전파가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한 미군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학생인 네이선 대미고(30)는 '유럽의 정체성'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지난 18개월 동안 대학생 60명을 회원으로 모집했고, 규모는 현재 수백 명으로 늘었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1965년 이전만 해도 미국은 백인, 유럽 민족의 나라였다"면서 "지금은 누군가가 이 나라에서 우리(백인)를 대체했다"고 규정했다.
또 "우리는 다양성 추종자들과 맞서 싸우기를 원한다"면서 배타적인 심기도 감추지 않았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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