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이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에 맞서 '이민자 없는 날'(A day without immigrants)을 기획해 하루 전면 휴업에 나선다고 미국 언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전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6일 '이민자 없는 날' 휴업을 촉구하는 이들은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민자에게 하루 가게 문을 닫을 것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업체에 고용된 이민자에겐 출근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고 당부했다.
또 이민자 학생과 교사에겐 하루 수업을 빠지라면서 모든 이민자에게 온·오프라인에서 돈도 쓰지 말라고 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자들이 차지하는 경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대화해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워싱턴DC,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등에서 동맹 휴업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직원들이 몽땅 쉬는 바람에 식당 사장인 자신이 온종일 주방과 카운터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몰린 컬린 맥도너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16일에는 음식 만들 사람이 없어 아주 제한된 메뉴만 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업에 참여하는 식당 식구들이 한 팀의 일원이라면서 하루 일하지 않아도 일당을 줄 참이라고 했다.
텍사스 주 오스틴의 상점 주인인 안토니오 아쿠나는 AP 통신 인터뷰에서 "잡화점, 정육점, 의사, 변호사 등 모든 개인 사업자가 하루 파업으로 손해를 볼 테지만 이것은 이민자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존재뿐만 아니라 경제 효과가 확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게 주인 폴 카스티요 역시 "하루 매상은 못 벌겠지만, 우리 단골손님과 멕시코, 남미 국가에서 온 우리 직원들을 잃을 순 없다"며 히스패닉 이민자들과 유대하고자 가게 문을 닫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후 이민자 배척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불법·합법 이민 여부를 떠나 많은 이민자가 강제 추방과 부당 대우 가능성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민자들이 미국을 떠나면 그간 미국민이 꺼린 각종 고강도 저임금 일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한 상태다.
CBS 방송은 이민자들의 '실력 행사'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오스틴에 있는 한 멕시칸 식당이 문을 닫는다고 공지하자 손님 중 일부는 페이스북에서 "나와 가족들이 앞으로 이 식당을 찾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영원히 문을 닫아라"라고 비난했다.
미국 언론은 이번 하루 파업을 지휘하는 집단의 실체가 없고 이민 자영업자들이 SNS를 통해 스스로 휴업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업체가 동맹 휴업에 동참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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