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베테랑 前외교관 '국민아그레망' 발족 '안정감' 강조
"사드 해결 복안 있고, 한일관계 투트랙"…메시지 구체화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서혜림 기자 = 야권의 대선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발족했다.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등 잇따른 '북한 변수'로 대선 초기지형에 안보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안보 역시 문재인이 강하다'는 인상을 각인시키려는 행보다.
최근 매머드급 자문단을 발족하며 세몰이를 가속하는 흐름의 연장선에서 모든 분야에서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9년간 총체적 외교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외교·안보 적폐를 바로잡고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피살에 따른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외교자문그룹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여권에서 문 전 대표의 대북관(觀)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기존의 안보 프레임을 구사하려는 움직임에 적극 대처하고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안보정책이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보다 우위에 있었다는 점을 국민에게 지속해서 알린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안보 전략이다.
당장 이번 북풍으로 첫 화두가 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차기 정부에서 관련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음 정부로 넘겨주면 외교적으로 해결할 복안이 있다"고도 했다.
북한 문제를 고리로 대북 강경책을 쏟아내는 일부 후보와의 차별성을 시도한 셈이다. 물론 문 전 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김정남 암살 소식에는 "야만적인 일"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층 진일보한 한일관계 해법에 대한 원칙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요구를 지속해 나가되 이를 한일 외교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며 '투트랙' 접근법을 천명했다. 과거사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분리하기 보다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 8일 한 대담에서 "일본 만행을 밝혀야 하지만 한일간 전략적 협력은 필요하다"며 투트랙 접근법을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문 전 대표의 메시지가 조금씩 구체화·정교화하는 것은 최근 잇따라 발족한 자문단과의 브레인 스토밍 과정에서 나온 산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검증된' 인물로 꾸려진 외교자문단을 띄우면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겠다는 게 문 전 대표의 생각이다.
이날 발족한 '국민아그레망'은 모두 24명의 전직 외교관이 포진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가 단장을 맡고 방위비협상 대사를 했던 조병제 주말레이시아대사가 간사 역할을 한다.
주미대사를 지낸 이태식 전 외교부 차관과 6자회담을 이끈 이수혁 전 주독일대사,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 황원탁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추규호 전 주영국대사,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석동연 전 재외동포영사대사, 신봉길 전 주요르단대사 등도 포함됐다.
문 전 대표는 출범식 후 이들과 좌담회를 갖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문 전 대표는 "자문단은 외교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신 분들이라 정권교체기의 외교 방향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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