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석 전 국과수원장 "독극물 피습 시신, 피부·장기에는 별 흔적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46)의 시신 부검이 15일 현지에서 진행됐다. 정말 그가 독극물로 사망했다면 시신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그가 독침에 찔렸거나,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을 흡입한 결과, 호흡이 멈춰 급사했다면 통상 시신 부검에서는 별다른 해부학적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법의학 전문가의 설명이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대전보건대 총장)은 16일 "이처럼 급사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 약물은 통상 브롬화네오스티그민과 같은 브롬 계열"이라며 "이런 약물로 사망하면 사람 몸에 남아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독침에 찔렸다면 찔린 부위에 침 자국은 남아 있겠지만, 이런 약물은 신경을 차단하는 물질이라 피부가 괴사하거나 장기가 망가지는 등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서 전 원장은 "그냥 반듯하게 숨져 있는 상태"로 표현했다.
다만 사망자가 독극물 중독 말고는 급사에 이를 수 있는 다른 질병을 앓지 않았다면 약독물 검사로 독극물을 어렵잖게 검출할 수 있다. 통상 혈액이나 장기조직 등을 시료로 채취해 약독물 검사기에 넣고 분석한다.
서 전 원장은 "말레이시아도 약독물 검사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범죄에 사용되는 약물은 대개 잘 알려진 것들이고, 이 정도 사안이라면 현지에서 충분히 독극물을 검출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독침을 썼다면 침 자국이 범행 양상을 추정할 중요 증거가 되지만,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을 흡입했거나 독극물을 적신 헝겊이 덮여 숨졌다면 그런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독극물 검사가 유일한 수단이다.
서 전 원장은 "사건 개요가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독극물을 검사하면 답은 금방 나올 것"이라며 "실제로 북한 소행인지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거쳐 규명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