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일반 국민 채권자 많을수록 정부 구제금융 택하기 쉬워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대마불사'(大馬不死)를 종식하고 부실은행 정리에 정부가 구제금융을 선택하는 일을 막으려면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6일 '대마불사 종식을 위한 베일인(bail-in) 제도 도입방향'에서 "채권자의 상당수가 일반 국민이라면 정부가 구제금융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연구위원은 "부실은행을 정리할 때 주주·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베일인'은 은행의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제도로, 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국가 재정불안을 야기하는 구제금융(bail-out)과 대치된다.
한국에도 베일인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과거 경험 등에 비춰 볼 때 시장에서 구제금융 기대가 커 실효성은 낮은 편이라고 평가받는다.
베일인 대상 채권자가 일반 국민인 경우 구제금융을 택하지 않으면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국내 주요 베일인 제도인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의 발동조건을 정부 재량형이 아닌 미리 정한 기준치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준칙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량형 코코본드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정부가 구제금융을 택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2010년 1월∼2016년 9월 전 세계 코코본드 발행 내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량형 코코본드는 준칙형보다 금리가 평균 1.72%포인트 낮았다. 위험 부담이 낮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2016년 재량형뿐 아니라 준칙형 코코본드 발행을 허용했으나 2016년 말까지 준칙형 발행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코코본드에 준칙주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자격 요건 강화, 예금채권 우선변제 제도 도입도 제시했다.
그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시도하면서까지 후순위 채권자를 구제하려던 것은 채권자 상당수가 소상공인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선 베일인 제도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봤다.
황 연구위원은 "은행채와 코코본드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면 대상 채권자 중 비전문 투자자가 줄어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법적으로 예금과 일반채권을 동일한 순위로 변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예금채권 우선변제 제도를 도입하면 은행 위기 시 정치적 부담이 작은 일반 채권자에게 손실을 분담시키고 예금자에게는 손실 분담시키지 않거나 분담 폭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일반 채권자를 과도하게 차별하지 않기 위해 우선변제 적용 범위를 개인, 중소기업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예금주에 국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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