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장난인줄 알고 범행 가담" 황당 주장…'꼬리자르기' 가능성
(쿠알라룸푸르·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김아람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베트남 국적 여성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의문을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3일 오전 9시께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된 지 이틀 후인 15일 오전 8시 20분께 공항에서 용의자 여성 1명을 공항에서 붙잡았다.
그런데 놀랍게는 이 용의자는 여권상 이름이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으로 1988년 5월 31일 베트남 북부 도시 남딘에서 태어났다는 베트남 국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 베트남 여성이 왜 김정남을 독극물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 지에 대해 의문이 일었다.
그녀가 김정남이나 북한과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외견상 김정남 암살 사건은 철저히 훈련받은 북한 공작원들이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베트남 여성이 용의자라는 게 석연치 않다.
아울러 이 여성의 어설픈 행동이 눈에 띈다.
사건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아 공항 CCTV에 얼굴이 그대로 찍혔으며, 이 여성은 범행 이틀 후 경비가 삼엄한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 순순히 체포됐다. 외부에 자신을 그대로 드러냈고,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난 것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볼 수 있다.
경찰에 붙잡힌 후에는 자신이 다른 이들에 속아 장난으로 공격에 가담했으며, 김정남을 죽이거나 해칠 의도는 없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친구와 함께 휴가차 말레이시아에 왔다가 동행 남성 4명이 공항에서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들 남성은 한 사람은 김정남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른 사람은 김정남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범행 후 이들 6명은 합류해 호텔에 함께 있었는데, 여성 1명과 남성 4명이 외출 후 돌아오지 않아 이 베트남 여성이 동료를 찾으려고 공항으로 향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자신이 베트남의 유명한 인터넷 스타이며, 패러디 영상을 찍으러 말레이시아에 왔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탓에 말레이시아 현지에서는 이 베트남 여성의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경찰에 붙잡힌 여성이 주범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 달아난 또 다른 여성 1명과 남성 4명 등 나머지 용의자 체포가 사건 실체 규명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 가장 먼저 체포된 베트남 여성이 김정남 암살사건의 몸통이 아니라 단순한 '꼬리 자르기'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북한 공작원일 수도 있으나 북한이 책임을 피하려고 북한의 지시를 받는 외국인이나 외국 범죄 조직을 고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주범들이 도주할 시간을 벌여주려고 초반에 이 여성의 어설픈 행동을 노출해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도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도주한 5명이 북한으로 의심되는 '한 국가'에 고용돼 공동 모의해 암살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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