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행패 등 추문 이어져…지난해엔 리우 올림픽 참가 좌절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수영 영웅' 그랜트 해켓(36)이 끝없이 추락하면서 호주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해켓은 15일 호주 동부 골드코스트의 아버지 집에서 대낮에 술에 취해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린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고 호주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참다못한 아버지의 신고로 경찰에 연행됐으니 기소되지 않고 수 시간 만에 석방됐다.
해켓은 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나는 대단한 인물이 아니며, 치료를 받을 것"이라는 남을 남겼다.
그러나 해켓은 16일 돌연 자신의 멍들고 상처 난 얼굴 사진을 SNS에 올리며 형제 크레이그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주장을 펴고 나섰다.
해켓은 2000년 시드니 대회와 2004년 아테네 대회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3연패를 노렸으나 은메달에 그친 뒤 은퇴했다. 세계 선수권에서도 10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성적 때문에 해켓은 세계 수영계의 장거리 스타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으며, 2008년에는 호주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
은퇴 후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은행에서도 일했지만,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일탈 행위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수영을 즐기고 수영 스타를 아끼는 호주인들에게 실망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2011년 술에 취해 아파트에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아내와 헤어졌고, 2014년에는 허리에 러닝셔츠만 두른 반라 상태로 호텔 로비에 나왔다가 약물 중독 문제가 불거지면서 5주간 재활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2014년 말 선수생활에 복귀, 한때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추문만 하나 더 보탰다.
국내 예선대회 후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 승객의 몸을 더듬었고, 결국 경찰 신세까지 졌다.
가족들은 해켓이 흉기까지 드는 사태에 이르자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형제인 크레이그는 15일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며 "때때로 위험한 사람이 되는 만큼 그에게는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경찰관 출신인 아버지 네브도 아들이 종종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방법을 써서 아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스포츠계는 영웅의 계속되는 추문에 충격과 놀라움을 표시했다.
호주수영연맹의 존 베르트랜드 회장은 지난해 성탄절 때 이야기할 때만 해도 대학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공부한다고 하는 등 활달했다며 해켓이 술에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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