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게멀린이 한국 케이팝 음악을 쓰자고 제안했어요.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블루스 선율의 끈적한 느낌이 끝나자 곧바로 귀에 익숙한 신나는 케이팝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고혹적인 검은색 드레스로 연기를 시작했던 민유라(21)는 케이팝 리듬과 함께 곧바로 화려한 형형색색 드레스로 변신했고, 관중은 큰 박수를 보냈다.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개막한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 선수권대회 첫날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 나선 민유라(21)-알렉산더 게멀린(미국·24) 조는 59.01점을 받아 16개 출전팀 가운데 딱 중간인 8위를 차지했다.
홈 무대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관중의 큰 응원을 받은 민유라-게멀린 조는 자신들의 쇼트댄스 최고점인 59.22점에 0.21점 육박하는 좋은 연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관중의 호응을 끌어낸 것은 연기의 배경 음악이었다. 민유라-게멀린 조는 연기 중반부터 케이팝 음악으로 역동적인 연기를 펼쳤다.
2NE1의 히트곡 '내가 제일 잘나가'와 빅뱅의 '뱅뱅뱅'을 섞은 음악을 사용했고, 음악이 바뀌는 순간부터 민유라는 검은색 드레스의 오른쪽 어깨 부근의 올을 걷어내려고 안에 받쳐입은 화려한 무늬의 드레스로 변신하는 재미있는 광경도 연출했다.
연기를 끝낸 민유라는 취재진과 만나 "워밍업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순간 관중의 큰 박수가 쏟아져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관중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민유라는 "고국에서 관중의 응원을 받아서 아주 좋았다"며 "한국말이 살짝 서툴러서 죄송하다"고 웃음을 지었다.
민유라는 쇼트 댄스 음악에 케이팝 음악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이번 시즌 지정곡이 블루스와 힙합이었다. 파트너인 게멀린이 케이팝 음악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아주 만족스럽다. 한국 음악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회와 다음 달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며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 연기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민유라는 특히 "게멀린과 호흡을 맞춘 지 2년이 돼 간다. 이제 1년 앞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경험을 쌓아서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귀화를 앞둔 게멀린도 "한국이 나를 받아줘서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민유라와 호흡은 최고다. 가끔 문제가 생길 때도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웃으면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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