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내디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입력 2017-02-16 15:00   수정 2017-02-16 15:05

'첫발' 내디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국토교통부가 도로 상하부 도로부지에 민간 건물을 짓는 것을 허용하는 규제 개선을 추진키로 하면서 서울 서초구의 숙원사업인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도 법적 빗장이 풀리게 됐다.

지금까지는 도로 위아래 공간의 개발은 공공에만 허용돼 있었기에 서초구의 구상처럼 도로 상부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혜 시비가 일 것을 우려한 탓인지 국토부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도로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규제개혁 차원의 조치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으며, 서초구도 이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16일 신산업규제 혁신 관계 장관 회의에서 도로부지의 상공과 지하공간에 민간 건축물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의 융·복합적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방안의 핵심은 지금까지 공공의 영역으로만 묶여 있던 도로부지 상하부를 민간에 개방한다는 것이다.

도로 위아래 공간에 들어선 것은 공공시설밖에 없었지만 그나마도 도로 지하에는 공영지하상가, 육교 밑에는 공영창고나 주차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법 개정을 거쳐 2018년 말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도로 위 공간에 민간 자본이 들어간 주거·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당장 주목받는 것이 서초구의 숙원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IC 6㎞ 구간 지하화 사업이다.

공사비만 3조3천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 이 사업은 기존 고속도로 노선을 지하로 내리면서 지하 40m 깊이에는 차량이 서울 강북과 지방을 직통으로 오가는 '스피드웨이'를 뚫고 그 위에는 강남권을 연결하는 저심도 '로컬웨이'를 뚫는 내용이다.

상부에는 녹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과 연계되는 대형 상업시설을 짓는다는 복안이다.

서초구는 도로가 지하화되면 필요 없게 되는 반포·서초·양재IC 등 IC 대지만 매각해도 공사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하 도로 운영 비용 등을 충당하려면 지상 개발을 통한 사업비 회수가 필요하다.

지상의 긴 공원 구간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상업시설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서초구는 설명한다.

서초구 관계자는 "뉴욕 맨해튼 공원을 가봐도 지상 공원이 낮에는 이용하기 좋지만 밤에는 우범지대로 바뀐다"며 "6㎞에 달하는 긴 지상 공원을 밤에도 제대로 활용하려면 민간 상업시설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법 개정 추진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되게 됐지만 정작 서초구는 괜한 특혜 시비로 인한 불똥을 맞을까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서초구 홍보실 관계자는 국토부의 규제 완화에 대해 "국토부의 제도개선은 전국의 도로 이용에 관한 규제를 푼다는 취지로 알고 있다"며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할 뿐, 지금으로선 딱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번 규제 완화가 서초구에 대한 특혜로 비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려면 정책이 뒷받침해야 하고 법이 통과돼야 하며, 이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고 예산도 확보돼야 한다"며 "이제 정책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서 사업이 바로 추진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부선 지하화는 서울시의 도시공간 구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데다 수도권의 균형발전과도 결부되기에 매우 복합적인 사안"이라며 "거쳐야 할 절차도 한 두 개가 아니어서 지금 바로 추진된다고 해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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