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교민들 "수년간 한국 교민과의 접촉 피하고 몸조심"
홍콩 SCMP "김정남,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카오=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권력 투쟁에서 밀려 외국을 떠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아 불귀의 객이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46)씨는 최근 수년간 마카오에서 한국 교민과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마카오 현지의 한 교민은 "김정남 씨가 2년 전 길거리에서 보이기도 했으나, 한국 교민과는 접촉하지 않았다"면서 "과거 김정남씨를 김 선생이나 조니(Johnny) 등으로 부르는 등 교류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김정남씨가 한국 음식과 소주를 좋아했지만 최근 몇년새 한국 음식점을 방문하지 않았다"며 "한국 교민과 접촉하거나 한국 음식점에 방문하면 곧바로 언론 취재를 받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꺼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민은 김정남 씨가 마카오에서 경호원 없이 혼자 거리를 활보하지 않는 등 신변 안전에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가슴에 용 문신을 했으며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소지한 채 쇼핑몰과 카지노 등을 방문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던 김정남씨의 행동거지가 일순간에 변했다는 것이 마카오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일부에서는 김정남 씨가 후견인이던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3년 처형된 후 마카오에서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등 몸조심을 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다른 교민은 "4∼5년 전에는 김정남씨 가족이 한국인 학부모와 교류했다"며 "그러나 2∼3년 전부터 교민 사회에서 김정남 씨가 가족과 함께 마카오를 떠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주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김정남 씨 가족이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고 말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김정남 씨가 십년지기 지인에게 예상보다 오래 살아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인은 김정남 씨가 무자비함으로 유명한 이복동생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언젠가 자신을 처형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한 것 같지만, 김정은 정권에 대해 언급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씨가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성택이 처형된 후 김정남 씨의 걱정이 커졌지만, 매우 불안해하거나 과도하게 신중하지 않았다며 "그런 성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그는 김정남 씨가 피살된 지난 14일 존으로 불리는 김정남 씨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식사할 예정이었지만 김정남 씨가 해외에서도 항상 답신하던 것과 달리 하루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아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김정남 씨는 부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승계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김정은 정권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언젠가 북한에서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남 씨는 프랑스와 포르투갈 와인을 좋아했으며 전자오락을 즐겼지만, 도박꾼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 정부는 북한 권력 승계 시기 등에 김정남 씨 신변안전에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 소식통은 김정남 씨의 아들 한솔(22)씨가 신변 안전을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카오 경찰은 김정남 씨 가족에게 특별한 보호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김정남 씨와 친분이 깊은 마카오의 사업가 찬(陳)모 씨는 마카오일보에 김정남씨가 1년 가운데 대략 3분의 1 정도만 마카오에서 지냈고 그 외에는 유럽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지냈다며 마카오의 기후와 환경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남 씨 딸 김솔희 양이 다니는 것으로 보도된 마카오 성공회중학의 부교장 리모 씨는 연합뉴스에 한국인 학생이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AP통신은 김 양이 한 국제학교에서 성공회중학으로 전학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교민은 김 양이 최근 5년제인 마카오 연국(聯國)학교를 졸업했다며 마카오 성공회중학에 한국인 학생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지만, 김 양은 아니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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